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개·폐장 시장을 1시간씩 순연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합계 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서 ‘네옴시티 수혜주’로 꼽힌 현대로템만 반짝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17일 오후 4시30분 34.55포인트(1.39%) 하락한 2442.9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0.95포인트(0.44%) 떨어진 2466.5에서 오전 10시30분 개장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 외국인은 3841억원, 기관은 120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들 두 주체의 순매도 합계는 5000억원을 넘는다. 개인만 4877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밤 미국에서 넘어온 D램 메모리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장중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코스피에 악영향을 미쳤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는 미국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침체에 따라 메모리칩을 감산하고, 설비·자본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6시 마감된 나스닥에서 58.87달러로 6.7%(4.23달러) 급락했다.
코스피·코스닥 개장에 앞서 폐장하는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의 종가는 한국 반도체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여겨진다. D램 시장 점유율 1위이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2.07%(1300원) 하락한 6만1400원, 점유율 2위 SK하이닉스는 4.15%(3800원) 급락한 8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시 오른 원·달러 환율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4.1원 오른 1,3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 인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롯데케미칼(-6.06%), 롯데지주(-4.44%), 롯데렌탈(-2.50%)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된 점도 지수의 약세를 부추겼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일정에서 사우디 정부와 ‘네옴시티’ 관련 철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현대로템만은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로템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5.45%(1450원) 상승한 2만8050원에 장을 끝냈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은 이날 수능 응시생의 시험장 입실을 위한 아침 혼란을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지연한 오전 10시에 개장해 오후 4시30분에 장을 닫았다. 코스닥지수는 5.56포인트(0.75%) 하락한 737.54에 완주했다. 코스피지수보다는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974억원)과 기관(920억원)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순매도 우위로 거래했다. 개인만 1987억원을 순매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