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듣기평가가 이뤄진 17일 오후 한때 소음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고 상공에 떠있는 항공기들의 항로가 온라인 지도상에 포착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1시5분부터 40분까지 35분간 비상 항공기를 제외한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이번 조치로 해당 시간에 운항 예정이던 국제선 18편과 국내선 59편 등 총 77편의 운항 시간이 듣기평가 앞뒤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이 시간 비행 중이던 항공기는 지상으로부터 3㎞ 이상 떨어진 곳에서 떠돌아야 했다. 해당 시간대 항공기 항로를 시각화한 사이트를 제주도를 중심으로 확인해 보니 착륙하지 못한 항공편들이 제주 공항에서 수㎞ 떨어진 곳에서 둥글게 궤적을 그리며 상공에 머물렀다.
군산발 제주항공 7C621편, 청주발 제주항공 7C801편, 김포발 부산항공 BX8029편 3편은 제주도 서부지역 해상을 타원형으로 선회했다. 김포발 제주항공 7C113편, 김포발 부산항공 BX8045편 2편은 제주도 북부지역 해상을 8자 모양으로 가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 이륙한 항공기는 한 대도 없었다. 수능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 종료되자 상공에서 시간을 보내던 항공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줄지어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또 제주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항공편들도 이륙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24편의 운항 시간이 조정됐다.
이 시각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이륙하지 못한 비행기가 우르르 몰려있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수십 대의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