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정진상 보호하려 계단서 돈 전달…대질 언제든 응하겠다”

입력 2022-11-17 16:16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요청으로 정 실장 아파트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실장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돈을 건넸다고 했다. 아울러 정 실장 측이 요청한 대질신문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금품 전달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의 요구로 3000만원을 마련한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피해 계단으로 올라가 돈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이를 포함해 총 1억4000만원을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민주당은 이에 아파트 계단 앞에도 CCTV가 설치돼 있어 모습이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유 전 본부장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이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간 것”이라며 “제가 그 아파트에 사는 것은 아니니까 계단 CCTV가 어디에 있고 이런 것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 엘리베이터에 CCTV가 있다고 생각해서, 계단으로 가면 몇 층으로 가는지는 안 나오니까 (정 실장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때는 (정 실장을) 보호해주고 싶었다”라고도 했다. 그는 검찰이 정 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는 “그거야 검사님들이 하실 일이고 나는 사실대로 진술하고, 문제가 있으면 벌을 받든 조사를 받든 하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비겁하게 혼자 빠져나가려고 자백한다’는 야권의 비판에는 “자백하는 사람이 왜 빠져나가나”라고 반문하며 “이런 것들을 오히려 정쟁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은 그분들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비겁이라는 단어는 숨어서 쓰는 것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정 실장 측이 소환 조사 중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대질신문을 요청한 것에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 실장 측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하며 유 전 본부장과 대질신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 측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물증 없이 유 전 본부장 진술에만 근거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직접 그와 대면해 각 사안에 대해 진위를 가리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질조사를 하면 유 전 본부장 진술의 합리성과 사실관계를 대조해 가릴 수 있는 만큼 검찰 측도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라는고 정 실장 측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정 실장이 조사를 받은 시간대에 유 전 본부장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대질신문은 성사되지는 않았다.

정 실장 변호인은 “유동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므로 신빙성 검증을 위해 대질은 꼭 필요하다”며 “정당한 요구인 만큼 검찰이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정 실장의 답변 내용 등에 비춰 대질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통상 대질조사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비교·대조해 진위를 가리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수사팀은 정 실장이 혐의 부인으로 일관하기에 적절한 조사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조사 다음날 바로 정 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