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가뭄…광주·전남 ‘물 부족’ 허덕여

입력 2022-11-17 13:35 수정 2022-11-17 14:49

모처럼 10여㎜ 비가 대지를 적신 후 3~4일이 흐른 17일 오후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무심코 속살을 훤히 드러낸 동복호의 갈색 경사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랫동안 물이 닿지 않은 바닥의 흙밭에서는 하나둘씩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광주·전남 지역 가뭄은 30% 이하로 떨어진 주요 댐 저수율로 확인된다.

동구·북구 등 광주 전체 가구의 60%에 식수를 공급하는 동복댐 저수율은 현재 29.5% 수준으로 이대로라면 내년 3월부터 격일제 급수 등이 불가피하다.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광주·전남에 30년 만의 제한급수가 우려되고 있다. 평년에 비해 강수·저수량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남 일부 도서 지역은 이미 6개월 넘게 정상적인 물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댐과 순천 주암댐 수위가 올 들어 곤두박질해 수면 아래 숨어 있던 바닥 지형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고 있다.

최악의 가뭄은 저수량 부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하루 20만t의 식수를 공급하는 동복댐뿐 아니라 광주 서구·남구·광산구에 먹는 물을 대주는 주암댐 저수율도 31.9%에 불과해 내년 5월이면 고갈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16일 ‘재난급 가뭄’이 올 수 있다고 언급한 광주의 물 부족 현상은 무엇보다 올여름 마른장마와 태풍이 겹친 탓이다. 중부지방에는 장맛비가 비교적 많이 내렸고 영남지방에도 두 차례 큰 태풍이 불어닥쳐 해갈이 이뤄졌다.

하지만 유독 광주는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격일제 등 제한급수가 거론된 지 오래다. 실제 10월 말 현재 강수량은 동복댐 기준 669㎜로 평년 1520㎜의 44%에 그쳤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간 제한급수가 이뤄진 바 있다.

전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비가 내리면서 완도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제한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3600명이 거주하는 완도 금일도가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에 들어갔다. 앞서 넙도가 지난 5월부터 1일 급수 6일 단수, 소안도가 2일 급수 5일 단수를 하는 등 주민들의 고통 속에 제한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완도군은 도서지역 상수원에 하루 수백t씩의 물을 급수차량과 철부선으로 운반해 채워 넣고 있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넙도 상수원 넙도제의 저수율은 고작 5.6%에 머물고 있다.

도서 주민들은 “고육지책으로 관정을 파고 있지만 짠물이 나온다”며 “평생 처음 섬을 탈출해야할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국가 가뭄정보 포털은 광주 전역과 전남 22개 지자체 중 12개 시·군을 생활용수 가뭄 5단계 중 4단계 ‘경계’로 분류했다.

재난급 가뭄이 우려되면서 광주시와 시의회는 대대적인 물 절약 실천 캠페인에 들어갔다.



광주시 공무원 500여명은 16일 광주송정역과 종합버스터미널, 5·18기념공원 4거리 등 주요 거점 20곳에서 ‘생활 속 20% 물 절약 실천’에 동참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공무원들은 수압 낮추기, 샤워 시간 줄이기, 빨랫감 모아서 세탁하기, 양치 컵 사용하기, 양변기 수조에 물병 넣기 등으로 물을 최대한 아껴야 내년 6월 장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홍보했다.

광주시의회도 호소문을 내고 “내년 봄 제한급수가 불가피하고 단수까지도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현재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한마음으로 대처하자”고 요청했다.

전남도 역시 가뭄에 허덕이는 도서지역의 대체 수원 확보를 위한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편성하는 등 가뭄 극복에 나서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