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비슷한 수학, 쉬웠던 국어…최상위권 변별력↓

입력 2022-11-17 13:17 수정 2022-11-17 15:47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영역의 난이도는 작년과 유사했고 국어 는 작년보다 쉬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수학과 국어 영역 모두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수학은 초고난도 문항이 없어져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평가됐지만 쉬운 수준은 아니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학 점수가 정시전형에 당락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어는 초고난도 문항 수준도 작년 수능보다 쉬워 최상위권의 변별력은 떨어졌지만 중상위권의 변별력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 "지난해와 비슷…초고난도 문항 적었다"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교시 수학영역은 난이도가 작년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조만기 남양주 다산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학 영역 출제 경향 분석 인터뷰에서 “올해 9월 모의고사와 비교하면 유사하게 출제됐다”며 “작년 수능과 비교하면 유사하지만, 일부 수험생 입장에서는 조금 쉽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학 영역에서 수험생들은 공통과목으로 수학Ⅰ·수학Ⅱ를 보고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1개를 골라 시험을 치렀다. 초고난도 문항은 작년 수능보다 적어 최상위권 변별력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지난해에 비해서 평이한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쉽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상위권 변별력은 다소 하락하는 경향성이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 영역에서는 공통과목이 선택과목보다 대체로 난도가 높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선택과목 중에서는 ‘확률과 통계’ ‘기하’에서는 신유형 문제가 등장했으나 ‘미적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출제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과목 중에선 극한 개념을 활용한 14번, 각각의 경우를 나눠 수열의 항을 구하는 15번, 함수 최솟값을 이용해 3차 함수를 추론한 뒤 함숫값을 구하는 22번 문제가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확률과 통계’에선 확률에서 신유형으로 꼽히는 29번과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의 개수를 구하는 경우의 수 문제인 30번에서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적분’에선 28번, 29번, 30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으나 이전보다 난도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기하에서는 벡터의 내적을 이용해 특정 점의 위치를 찾는 29번, 수학적 추론을 통해 그림에 나온 좌표를 찾아야 하는 30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분석됐다. 김창묵 교사는 “수학 영역은 올해에도 평가도구로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라며 “지난해처럼 (성적에) 정말 큰 영향을 차지할 ”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정시전형에서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자연 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 단위로 많이 지원했는데 올해에도 그 경향성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국어 “9월 모의와 유사…초고난 문항도 작년 보다 쉬워”

이날 1교시에 치러진 국어영역은 ‘불수능’으로 평가받은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고, 평이한 수준이었던 9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초고난도 문항 수준도 작년보다 쉬워 최상위권 변별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소속인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대 부속여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어 영역 출제 경향 분석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았던 2022학년도 수능과 비교해서 조금 쉽게, 9월 모의평가와는 유사한 난이도 수준”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9월 모의평가에서는 140점으로 하락한 바 있다.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수준도 작년 수능보다 쉬워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최상위권에서 국어 변별력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최상위권에선 예년보다 난도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어의 변별력이 하락한 만큼 최상위권은 다른 영역의 비중이 다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시업체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라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렵게 출제된 통합수능 1년차보다는 쉽게 출제됐다”며 “다만 변별력 없는 물수능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수능 국어 영역에서 수험생들은 ‘독서·문학’을 공통으로 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봤다. 독서 영역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소재로 한 과학 지문 ‘법령에서의 불확정 개념’을 소재로 한 사회 지문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꼽혔다.

김원중 강남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과학 지문은 9문단으로 구성되고 내용도 수학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모평의 출제 경향에서 벗어나 현장 수험생들은 다소 당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EBS 경제 지문의 ‘최소제곱법 원리’를 바탕으로 한 (과학) 지문은 제시문의 길이가 길어 독해와 시간 배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문제들의 난이도 자체는 작년 수능, 재작년 수능보다도 쉽게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사는 “사회 지문과 과학 지문은 EBS 교재와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이 EBS 교재를 충실히 공부했다면 잘 풀 수 있는 지문 구성이었다”고 평가했다. 문학 영역에 대해서도 EBS 연계 지문을 바탕으로 출제해 수험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교사들은 분석했다.

‘화법과 작문’은 최근의 출제 경향대로 대화와 작문을 연계한 문항이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다만 일부 문제는 제시된 대화 등을 보고 풀어야 해 시간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됐다.

‘언어와 매체’에 대해 진수환 강릉 명신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EBS 연계 교재에서 다룬 개념이나 원리, 문항이 출제돼 학생들이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며 “파악할 정보가 많긴 했지만 전체적인 난도는 높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국어 영역의 경우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작년 수능에서 ‘언어와 매체’ 응시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 ‘화법과 작문’은 147점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대표는 “가장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초대사량 관련 17번 문제는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며 “이런 지문이 출제되고 이과생의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 늘었기 때문에 선택과목 간 점수차는 작년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