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마켓 체인 타깃이 3분기 ‘어닝 미스’를 기록하고 주가를 13% 넘게 끌어내렸다. 이미 정산을 끝낸 지난 3개월의 미흡한 실적보다 더 큰 실망을 일으킨 건 타깃 고객의 위축된 소비 심리다. 추수감사절(24일·11월 네 번째 목요일)과 그 이튿날 ‘블랙 프라이데이’(25일)를 지나 크리스마스(12월 25일)와 연말로 이어지는 미국 쇼핑 시즌의 판매 실적을 타깃은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는 17일(한국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 타깃 [TGT]
미국 슈퍼마켓 체인 타깃은 이날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265억2000만 달러로,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취합된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263억8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하지만 늘어난 매출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다.
타깃의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54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2.13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 14억9000만 달러(EPS 3.04달러)였던 순이익이 1년 만에 절반도 되지 않는 7억12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 소비 심리,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할인 판촉이 타깃의 수익을 악화한 원인으로 꼽힌다. 저가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매점에서도 소비자의 지갑이 신중하게 열렸다는 얘기다. 더 암울한 건 위축된 소비 심리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있다.
타깃의 최고성장책임자(CGO) 크리스티나 해닝턴은 “지난달 마지막 2주간 고객의 가격 민감성이 심화됐다. 급격한 둔화가 나타났다”며 “이달 초에도 이런 추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타깃의 3분기 실적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까지 반영됐다.
타깃은 올해 내내 부진을 이어왔다. 특히 상반기 어닝 시즌마다 유통가의 공포를 가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 체인 월마트의 미흡한 실적을 확인하고 바로 이튿날 타깃이 분기 실적을 ‘어닝 미스’로 발표해 뉴욕증시 전체에 충격을 가했다.
월마트는 지난 8월 2분기에 이어 지난 15일 3분기까지 연달아 호실적을 발표해 반전을 이룬 반면, 타깃은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타깃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피델커는 “어려운 환경이 연말 휴가철을 넘어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다가오는 ‘블랙 프라이데이’에도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타깃의 암울한 전망은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타깃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178.98달러)보다 13.14%(23.51달러) 급락한 155.47달러에 마감했다.
2. 로스 [LOW]
타깃 같은 슈퍼마켓의 소비 심리는 위축됐지만 주택 자재 및 인테리어 용품 소매점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주택·인테리어 용품 유통 체인 로스는 이날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3분기 매출이 234억8000만 달러, EPS가 3.27달러로 각각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레피니티브 전망치에서 매출은 231억3000만 달러, EPS는 3.1달러였다. 로스의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했다. 실적을 반영한 로스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01%(6.29달러) 상승한 215.13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로스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붕괴와 고물가, 고금리로 기업 상당수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로스의 성장세는 1년간 꺾이지 않았다.
3. 엔비디아 [NVDA]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이날 나스닥 본장을 마친 뒤 애프터마켓에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59억3000만 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57억7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하지만 조정 EPS가 0.59달러로 집계돼 전망치인 0.69달러를 밑돌았다.
CNBC는 “엔비디아의 3분기 총이익률이 53.6%로 11.6% 포인트 하락했다”며 “이는 중국 데이터센터의 반도체 칩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부진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전망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예측됐다.
엔비디아는 이날 나스닥에서 4.54%(7.56달러) 하락한 15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분기 실적을 확인한 시간 외 매매에서 오전 7시20분 현재 1.19%(1.9달러) 오른 1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