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들 ‘눈물’… 장제원 “이상민 모욕한 野, 이들엔 온정”

입력 2022-11-17 05:18 수정 2022-11-17 10:12
왼쪽 사진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 답변 도중 울먹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당직 장소인 상황실이 아닌 자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건 관행이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책임 추궁이 이어지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은 “그날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라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서는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류 총경 “상황실 아닌 사무실 근무가 관례”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 답변 도중 울먹이고 있다. 왼쪽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류 총경과 이 전 서장은 1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태원 참사 관련 부실 대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류 총경은 ‘상황관리관이 아침에 보고받은 후 사무실로 가는 것이 관례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다수의 112신고가 들어왔는데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주 업무가 아니어서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황실 분석요원들이 어떻게 근무했는지는 잘 모른다”고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 거의 대부분 112상황실에서 근무하지 않는다. 류 총경만 그랬던 게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류 총경은 다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상황팀장이 (관리관 대신) 대처를 해왔는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예전에는 일과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울청 상황실이 경비부터 치안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언제부턴가 112 신고가 들어가도 현장 파악을 하지 않고 위로 보고도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당일 류 총경 아닌 다른 상황관리관이 있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까. 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류 총경은 또 “오후 11시39분 상황실에서 압사 신고가 있다는 연락으로 첫 보고를 받았다”며 “(그전에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1시간20여분이 지나서야 압사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30일 0시1분에 류 총경에게서 사고 보고를 받았다.

류 총경은 거듭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당일 상황관리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데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 “두 차례 기동대 요청… 업무 부담 늘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서장은 “죄송하다”면서도 부하 직원과 상급기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답변을 했다. 그는 “오후 9시57분경에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현장을 관리하던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서장은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두 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서) 주무부서에 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청 주무부서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서울청 경력 운영 부서로부터 당일 집회 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서장이 직접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요청하진 않았다고 했다. 앞서 김 청장은 기동대 투입과 관련해 “용산서 차원에서 요청은 없었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

이 전 서장은 “대통령실이 이전해 오면서 업무 부담이 더 늘었겠다”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경호나 경비 쪽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그날 밤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를 못했다”며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서는 “서장으로서 고인과 유족께 사죄든 뭐든 드릴 말씀이 없다. 죄인이다”라며 “제가 정말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그분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안고 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용산서 현장 직원들에게 과도한 비난과 질책 대신 현장 지휘관인 저에게 다 해달라. 제가 다 받겠다”고 말했다.

野, 대통령실 이전 여파 지적… 장제원 “온정적” 반발
이날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찰력 부족이 참사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취지의 질의를 이어갔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용산 집무실 이전 뒤 용산경찰서 업무가 폭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업무량이 증가하고 일선 경찰들 고충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냐”고 했다. 이 전 서장은 “인원 80여 명이 추가로 용산서에 보충됐으나 현장에선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 전 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민주당에 불만을 표시했다.

장 의원은 “이임재 증인과 민주당 의원님들 간 현안 질의 답변을 보니 어쩌면 이렇게 온정적이냐”라며 “직접 치안 지휘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이 장관한테는 모욕을 주고 막말과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더니, 현장 치안의 핵심 책임자들이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데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증인신문을 해야지 의원 질의에 평가를 하느냐”고 장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