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서장 “저를 질책해 달라. 다 책임지겠다”

입력 2022-11-16 19:55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이임재 전 용산서장.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오로지 다 경찰서장 책임”이라며 “현장 직원들에게 과도한 비난과 질책을 하는 대신 현장 지휘관인 저에게 다 해달라. 제가 다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서장으로서 그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16일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모두 끝나고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자 이 전 서장은 발언 기회를 자처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응급상황을 맞이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무 겨를 없었을 것”이라며 “애절하게 제발 살려달라고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보고하겠다는 경찰관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는 저희 직원들을 탓할 수가 없다. 오로지 다 경찰서장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질책도 멈추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서장은 “용산서 직원들은 한분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손이 덜덜 떨리도록 구출해내고, 근무복이 흠뻑 땀에 젖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용산서 현장 직원들에게 과도한 비난과 질책 대신 현장 지휘관인 저에게 다 해달라. 제가 다 받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도 사죄했다. 이 전 서장은 “서장으로서 고인과 유족께 사죄든 뭐든 드릴 말씀이 없다. 죄인이다”라며 “제가 정말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그분들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마지막 발언>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서장으로서 고인과 유족께 뭐라 사죄든 뭐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인입니다. 제가 정말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그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평생 안고 갈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용산서장으로서 당시 우리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응급상황을 맞이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무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애절하게 제발 살려달라고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그리고 보고하겠다는 경찰관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직원들을 탓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다 경찰서장 책임입니다. 용산서 직원들은 한분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손이 덜덜 떨리도록 구출해내고, 근무복이 흠뻑 땀에 젖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그런 우리 용산서 현장 직원들에게는 과도한 비난과 질책은… 대신 현장 지휘관인 저에게 다 해주십쇼. 제가 다 받겠습니다.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그날 보고 체계라던지 아니면 미흡한 모든 부분에 대해 다 책임지겠습니다. 정말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럽습니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서울경찰청에 사전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고,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일선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참사 이후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일 보고와 관련해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단 1건의 보고도 받지 못했다.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15분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50여분간 관용차를 타고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해서도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은 용산서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사전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지난 7일 국회에 출석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기동대 투입과 관련해 “용산서 차원에서 요청은 없었다”고 밝힌 것을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데이에 대비해 효율적인 인파 관리를 위해 주무부서에 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청 주무부서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서울청 경력 운영 부서로부터 당일 집회 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 “추후에 다시 서울청에서 재차 검토했지만 그때도 다시 집회시위 때문에 어렵다고 결정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용산서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 동의했다. 이 전 서장은 “대통령실이 이전해 오면서 업무 부담이 더 늘었겠다”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경호나 경비 쪽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로 인해 일선의 부담이 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고, 현장 직원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야당이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서의 업무 부담을 강조하자 여당에서는 “왜 범죄자를 감싸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