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담임목사님은 정말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2-11-16 19:26
게티이미지뱅크

담임목사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건강도’는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10명 중 6명 이상은 ‘영적으로 지쳐 있다’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담임목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목회데이터 연구소가 공개한 ‘담임목사 목회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었다. 목회데이터 연구소가 한국교회지도자센터와 함께 전국의 교회 담임목사 4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담임목사는 전체의 69%에 불과했다. 40대 이하 담임 목사의 경우 63%, 50대는 71%, 60대는 73%가 자신을 ‘건강하다’고 평가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홈페이지 '기독교 통계(168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성장하는 교회' 4가지 DNA' 캡처


40대는 96%, 50대는 91% 60대 이상은 81%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평가한 일반국민(남성) 응답 결과와 비교하면 8~20% 포인트 낮다. 설문 결과로만 볼 때, 젊은 목회자일수록 건강 문제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일반국민은 연령이 낮을수록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지만 목회자는 그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 홈페이지 '기독교 통계(168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성장하는 교회' 4가지 DNA' 캡처


담임목사들이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배경에는 ‘사역 시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2021년)에 따르면 상용근로자의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은 약 8.1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담임목사들은 그보다 1시간 가량 더 오래 사역하고 있었다. 담임목사의 평일 하루 사역시간은 평균 9시간 27분이었다. 담임목사들은 ‘설교 준비’에 2시간 22분, ‘성경 연구’ 1시간 28분, ‘심방’에 1시간 18분을 사역하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홈페이지 '기독교 통계(168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성장하는 교회' 4가지 DNA' 캡처

담임목사 10명 중 6명 이상(63%)이 ‘영적으로 지쳐있다’고 답했다. 목회자들의 영적 건강은 교회 규모와 상관성을 보였다. 성도 수가 적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일수록 ‘영적으로 지쳐있다’는데 더 많이 동의했다. 500명 이상이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 중 59%가 ‘지쳐있다’고 밝힌 반면, 50명 미만이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 중 65%가 ‘지쳐있다’고 응답했다. 대형교회이 경우,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작은 교회일수록 동역자는 적은 반면 담임 목사 혼자서 맡아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홈페이지 '기독교 통계(168호)- 포스트코로나 시대 '성장하는 교회' 4가지 DNA' 캡처

담임목사가 처한 고단한 삶은 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은퇴 후 경제적 준비 정도를 물은 결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담임목사가 55%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불확실한 노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담임 목사 비율(45%) 역시 일반국민의 노후준비율(74%)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