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한·일 정상이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16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면서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이 좁아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첫 정식 정상회담을 개최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교섭에 강한 추진력을 주입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이 언급한 ‘양국 간 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뜻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에 관해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면서도 “(협의를) 더 속도감 있게 진행시켜 강제징용 문제 해결뿐 아니라 한·일 관계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양국 정상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힘을 보태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실무자 간에 해법이 어느 정도 한두 개의 해법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라며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의기투합의 의미로 해석을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순방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기후변화라든지 공급망 문제라든지 글로벌 이슈에 관해 논의할 수 있는 장들이 많이 마련돼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회의체를 언급하며 “우리가 중국과 범세계적으로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가 너무 미국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기 좀 힘들다”며 “한·미동맹이 (외교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서 갑자기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혈전이 쌓여 있던 한국 외교의 혈맥을 뻥 뚫었다”고 호평한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순방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혹평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등 도시 인프라 개발부터 원전, 방산까지 자유롭게 얘기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