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교인 지능·폭력범죄 가장 많았다

입력 2022-11-16 17:49 수정 2022-11-16 18:31

경기도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수년간 목회 활동을 했던 A목사는 어느 순간 목회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에 부쳐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실상은 사기에 가까운 범죄였다. 뒤늦게 성찰하고 벗어나려 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16일 국민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경찰청의 ‘전문직 범죄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7년~2021년) 종교인들(목회자, 신부, 스님)의 지능, 폭력범죄 적발 규모가 전문직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의 지능, 폭력범죄 5년 평균 적발규모를 보면 종교인 1910명, 의사 1355명, 예술인 1175명, 변호사 326명, 언론인 316명 순이었다.

지능범죄는 사기, 위조, 횡령과 같이 높은 지적 능력을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폭력범죄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행사된 물리적 강제력을 의미한다. 종교인 범죄 가운데 목회자의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회자의 경우 신부, 스님보다 사회적 노출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왜 이렇게 종교인들의 범죄 규모가 큰 것일까. 우선 과거와 다른 환경의 변화로 종교인들의 의식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의 부흥 시기가 지나가고 사회는 갈수록 자유분방해지면서, 정신적으로 종교인들이 이의 영향을 받았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소장은 “다양성과 자율성 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 사회가 급격히 도래함에 따라 일반인들은 물론 종교인들도 세속화, 사회화가 돼가고 있다”며 “자연스레 죄악과 구별된 도덕적인 삶인 ‘거룩’ 개념과 소명의식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는 사기, 횡령 등 종교인들의 지능범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를 설명해준다는 분석이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경제구조적인 요인을 간과할 수 없는데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활동을 못하다보니 쉽사리 경제적 성격을 가진 지능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종교인들이 갖는 속성도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종교인들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다보니 일상 생활에 지친 일반인들은 이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악한 종교인들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종교인들의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계의 경우 지금껏 내부적으로 관대한 처사가 이뤄졌다. 가령 성폭력 문제로 실형까지 받은 목회자는 노회에서 해당직을 유지했다.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즉 성범죄 주체가 종교인이면 가중처벌한다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업자 의식을 타파하고 범죄와는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종교계에서 거의 전무한 경제 및 성범죄 예방교육, 범죄 관련 법률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역 외에 대안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 노동 교육 등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힘들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목회자의 경우 교단이나 큰 교회 등에서 기금을 조성해 기본적인 삶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