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단독으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진퇴양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해임건의안을 수용하는 선택과 거부하는 결정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 거취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등을 통한 ‘선(先) 진상규명·후(後) 인사조치’ 기조에는 변함없지만,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과 상관없이 이 장관을 결국에는 경질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연말 개각 폭이 의외로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태원 참사 진상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에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 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측 핵심 관계자도 “국민이 이 장관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포함해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대책수립 TF(태스크포스) 단장까지 맡았다고 하는데, (이는) 희생자와 피해자, 유족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윤석열정부 들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검토와 관련해 “국회에서 정식 발의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답변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길 마중을 나온 이 장관과 악수를 나눈 후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야당의 거센 공세를 받은 데 대한 위로의 말로 풀이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인적쇄신은 진상규명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에서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 장관 경질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장관에 대한 본격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행안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수사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지만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이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