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국생명 콜 옵션(조기 상환) 미실시 사태로 보험업계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한 금융권 시선이 따가워졌다. 사실상 빚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을 이용하면 대주주가 돈을 대지 않고도 자본을 확충할 수 있어 최근 몇 년 새 보험업계에서 발행이 줄이었다.
그러나 시중 금리가 치솟아 대체 상품이 늘어나고 흥국생명 사태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시장 신뢰까지 떨어뜨리면서 앞으로는 투자자를 모으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는 막대한 금융 비용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 2조1000억원이었던 보험업계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 6월 말 6조8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자본성 증권으로 묶이는 후순위채 잔액은 이 기간 3조9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업계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잔액 규모는 자기자본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19.8%까지 불어났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금융당국의 보험사 재무 건전성 규제가 강해지는 가운데 손쉽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구원 투수처럼 여겨졌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지급 여력(RBC) 비율 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려면 대주주가 돈을 마련해 증자에 참여해야 했지만 2013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하면서 발행이 본격화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이라 영구채로 불리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이처럼 오랜 기간 돈을 묶어둘 생각이 없다. 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에는 발행 5년 뒤 콜 옵션 조항이 붙는다. 애초에 고금리인 신종자본증권에는 2~3년마다 금리가 오르는 스텝 업 조건도 대부분 따라붙는다. 남의 돈을 빌려 자본을 쉽게 확충할 수 있는 대신 높은 이자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업계가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보험업계 연간 금융 비용은 2017년 1500억원에서 올해 82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을 행사하고 재발행할 때 투자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금리 수준은 더 높아졌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흥국생명이 최근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도 재발행 시 금리가 더 높아 이자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자금을 모으기 어렵게 됐다. 콜 옵션 행사일이 다가오면 앞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고 새로 발행해야 하는데 투자자를 모으려면 훌쩍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자본 적정성이 떨어지는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대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