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 “참사 전 핼러윈 축제 대책으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인력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날(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를 못했다.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쯤”이라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 증인으로 출석해 이처럼 말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질서 유지를 위해 서울청에 기동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청을 했냐’는 여야 행안위원들의 질의에 “두차례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요청했냐는 질의에는 “제가 주무부처에 핼러윈 축제 관련해서 가장 효율적인 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직원이 서울청 주무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이어 “하지만 서울청이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며 “서울청에서 기동대 지원에 대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은 “많은 인파에 대한 관리 안전 관리 부분에서 훈련된 기동대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핼러윈 축제뿐만 아니라 전 열렸던 지구촌 축제 때도 기동대를 요청했던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서장은 이미 지휘부로부터 기동대 배치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상황에서 다시 직접 기동대 인력을 요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지휘부에 직접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김 서울청장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대비 병력이 부족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번의 검토 결과 기동대 배치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제가 다시 직접 요청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용산서 자체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동대 운영에 대해서는 서장이 권한이 아니고 서울청에서 전체 운영 권한이 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조치가 많이 필요했지만 기동대 배치 부분은 제가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오후 집회 관리 업무를 마치고 용산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9시47분쯤 식당을 나섰다. 식당에서 사고 현장까지는 2㎞ 정도 거리이지만 차로 이동하려다 1시간여가 흐른 오후 11시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이 전 서장은 “무전녹취록과 통화기록도 있겠지만 오후 9시57분쯤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현장을 관리하던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9시57분은 참사 발생 18분 전으로,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이미 9건 접수됐던 시점이다.
이날 이 전 서장은 참사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과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 전 서장은 “고인 분들과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