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을 사후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8월 대법원이 김 전 실장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16일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를 보고한 시점과 박 전 대통령이 참사 관련 지시를 내린 시각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할 답변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국회에 ‘박 전 대통령은 20~30분 단위로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1심은 김 전 실장이 작성한 문서를 허위 공문서로 보고,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8월 19일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라고 된 국회 답변서 부분은 실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서 부속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에 부합해 허위가 아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된 부분은 김 전 실장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이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내용에는 사실확인 부분과 의견 부분이 혼재돼 있지만, 김 전 실장이 답변서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은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의 증거관계 변동이 생기지 않아 (대법원의 무죄 취지) 환송 판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앞서 인용한 대법원 판결 이유와 전적으로 동일한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이 끝난 뒤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 용기 있게 판단해주신 데 대해서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