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사일에 시민 2명 사망… 폴란드 “군 대비태세 격상”

입력 2022-11-16 08:30 수정 2022-11-16 10:51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군함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우크라이나 진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15일(현지시간) 자국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나토 조약 4조 발동을 검토하고 군 대비태세를 격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이날 “폴란드는 나토 조약 4조, 상호협의조항을 발동할지 검토 중”이라며 “군 대비태세도 격상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에 근거한 폴란드의 요청에 따라 나토 회원국 대사들이 16일 회동할 예정이다.

4조는 ‘동맹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때마다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나토 조약 5조와는 구별된다.

나토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폭발과 관련한 통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나토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동맹들과 긴밀히 상의 중이다. 모든 사실이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미사일의 출처와 폭발 경위 등 구체적인 사항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이 15일(현지시간) 동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미사일 폭발로 자국민 두명이 숨진 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지도부도 잇달아 우려를 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에 이은 폴란드에서의 폭발 보도에 놀랐다”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친구들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썼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미사일 혹은 다른 탄약이 폴란드 영토에서 사람들을 숨지게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EU 지도자들에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조정회의를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폴란드 라디오방송과 AP통신 등은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두 발이 나토와 EU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 내에 떨어져 폴란드 시민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는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2발이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 프셰보도프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정보 당국 고위관계자도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에 넘어가 2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미 국방부는 일단 보도 내용에 대해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나토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위 약속은 분명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무기가 나토 회원국 영토에 떨어진 첫 사례가 된다.

러시아는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날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미사일 약 100발을 퍼붓는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는 동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를 비롯해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70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