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골절 수술을 받고도 카타르 월드컵 출전 의지를 불태운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마침내 카타르 땅을 밟았다.
손흥민은 16일 0시44분쯤(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26명의 태극전사 중에는 마지막으로 카타르에 도착한 것이다.
손흥민은 어두운색 코트를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왼쪽 얼굴 붓기가 다 빠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손흥민이 등장한 순간 공항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입국 몇 시간 전부터 팬들과 취재진 수십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흥민은 보안요원 등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할 때 팬들은 옆에서 “손흥민 파이팅!”을 여러 차례 외쳤다. 외국인들도 “손”(SON·손흥민)을 외치며 휴대폰으로 그의 모습을 찍었다.
손흥민은 “이제 잘 왔으니 몸을 잘 만들어 선수들과 잊지 못할 월드컵을 만들고 돌아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선 “아직 말씀드릴 것은 없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항상 말했듯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그는 미소와 함께 두 손을 흔들며 차량에 탑승해 대표팀 숙소인 도하 르메르디앙호텔로 이동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2일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했으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수술 이후 SNS를 통해 얼굴 보호대를 착용하고서라도 월드컵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거다.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인 명단에 손흥민을 포함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벤투 감독은 가까이에서 손흥민의 상태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는 카타르 현지에서 훈련을 이어간 뒤 우루과이(한국시간 24일 오후 10시), 가나(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12월 3일 0시)과 조별리그 H조 경기를 치른다. 손흥민은 경기에 나설 경우 소속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에서 제작한 얼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뛸 전망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2014년 브라질 대회,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손흥민의 세 번째 월드컵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