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대응에 소홀했고 당일 행적을 거짓으로 해명해 논란에 휩싸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가운데 당 소속 용산구의회 의원들이 박 구청장 구명을 위해 조직적으로 탄원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용산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박 구청장에 대한 당 윤리위 개최에 대응해 당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준비할 것을 논의했다고 15일 KBS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원총회 논의 내용을 담은 문서에는 “이태원 참사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 등으로 박 구청장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구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적혔다. ‘자발적’이라고 했지만 기독교교구협의회, 의용소방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단체 6곳이 참여한다고 적시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박 구청장 사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작 용산구의회에서는 ‘언론 보도의 희생양’이라며 구명 운동에 나선 것이어서 적잖은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힘 용산구의원들은 박 구청장이 탄원 추진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 용산구의원은 “(박 구청장은) 잘은 모를 거다. 지역 주민분들, 일부 단체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나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또 소문은 비밀이 없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국민의힘 용산구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안전대책특별위원회(특위) 구성 요구와 관련한 대응책도 논의했다. 자료 요구는 서면으로 제한하고 집행부 출석 요구도 부결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특위 구성안은 사흘 뒤 공무원 업무 과중을 이유로 부결됐다.
한편 박 구청장은 이날 용산구청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 앞서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상상도 못 했던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이 넘도록 제 가슴은 무거운 죄책감과 후회에 쌓여 있다”며 “젊음이 넘치던 이태원 거리에서 이토록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소중한 젊은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사태 수습에 경황이 없었다. 섣부른 해명으로 큰 혼란을 드렸다. 제 불찰에 감히 용서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진상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