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신고 아내, 대낮 살해 후 “기억 안나”…재판 개시

입력 2022-11-16 06:32 수정 2022-11-16 10:20
지난달 4일 오후 3시16분쯤 서산시 동문동 거리에서 40대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남편. JTBC 보도화면 캡처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다 결국 대낮 길거리에서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다음 주 첫 재판을 받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는 오는 23일 제110호 형사법정에서 A씨(50)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을 연다.

A씨는 지난달 4일 아내 B씨(44)가 운영하는 충남 서산의 한 미용실에 찾아가 도망 나온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9월 이혼을 요구하는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보복상해 등)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B씨가 합의해주지 않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편 A씨(가운데)가 지난달 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B씨는 지난 9월 6차례에 걸쳐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당시 A씨가 B씨 주거지와 직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임시보호 명령이 내려졌고, 사건 당일 오전에는 B씨가 직접 법원에 A씨에 대한 퇴거 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살인의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자녀는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접근금지와 심신미약에 관한 법 강화 청원’이라는 제목의 입법 청원을 올려 “아빠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죗값을 치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동의 요건(5만명)을 충족해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