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경기도 화성시 일대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김용복(6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지난 9월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선고가 오는 1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 김모(당시 8세)양이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집에서 600m 떨어진 곳까지 친구와 오다가 헤어진 뒤 실종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30여년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는데, 2019년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고 자백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실종 사건을 맡았던 경찰이 김양의 시신과 유류품 발견 사실을 은폐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은 지지 않았다.
이에 김양의 가족은 “공권력에 의한 사건 은폐·조작의 진실을 밝히고, 담당 경찰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통해 그 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며 2020년 3월 정부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존엄, 인격권을 도외시한 수사 편의와 성과주의로 기본 윤리의식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정부) 소속 경찰관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원고들의 분노와 울분 등 정신적 고통은 심해졌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딸이 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던 김양의 아버지는 소송 결과가 나오기 두 달 전 사망했다. 김양의 어머니 역시 2년 전 소송을 제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결국 소송은 김양의 오빠가 홀로 맡게 됐다.
이후 유족 측은 손해배상 금액을 기존 2억5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손해배상 금액 변경 이유에 대해 “부모 입장에서는 이 사건으로 마지막 희망까지 없어지다 보니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이 김양 부모의 사망과 결코 연관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선고는 17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진행된다.소가 제기된 지 2년8개월 만에 국가 책임 인정 여부가 가려지게 된 것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