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 당일 오후 11시 12분 용산서장 “보고하라” “씻으러 갔다”

입력 2022-11-15 19:02 수정 2022-11-15 19:53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경찰과 소방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1시까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12분이 돼서야 무전망에 처음 등장해 경비과장에게 ‘보고’를 요구했는데, 무전망에는 “경비과장이 씻으러 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라는 지시는 오후 11시46분에서야 내려졌다.

국민일보는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용산서와 서울경찰청 지휘망 무전 내역을 확인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11시12분 처음 용산서 지휘망 무전에 등장했다. 이 전 서장은 무전에서 경비과장을 호출하며 보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비과장은 답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이 “경비과장은 씻으러 갔다”고 대신 대답했다. 당시 무전 내역에 따르면 용산서 관계자들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첫 소방 신고가 접수된지 57분이 지난 시점이다.

용산서 차원의 CPR 투입 지시는 오후 11시46분에 이뤄졌다. 경비과장이 오후 11시45분 “CPR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고, 서장은 1분 뒤에 “현장 투입 경력 CPR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용산서 차원의 투입 지시와 별개로 참사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자체 판단으로 CPR을 실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경찰청 지휘망 무전 상에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언급은 오후 11시22분 처음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8시32분 당일 집회 대응과 관련해 “수고했다”며 현장 경찰관들을 격려한 뒤 지휘망 무전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용산서 지휘망 무전 내역 재구성>

오후 11시10분 용산서 지휘망 무전에 이태원 관련 언급 첫 등장
오후 11시12분 용산서장 첫 등장
오후 11시13분 용산서장, 경비과장에게 ‘보고’ 요구
오후 11시13분 다른 직원이 “경비과장, 씻으러 갔다”고 대신 답변
오후 11시16분 기동대 지원근무 지시
오후 11시45분 경비과장이 CPR 지원하겠다고 언급
오후 11시46분 현장투입 경력에 CPR 지시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