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8] ESG경영과 음식윤리

입력 2022-11-15 17:12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인간에게 채소와 열매를 음식으로 허락하셨다. 이와 관련하여 창세기 1장 29절에 보면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고 말씀하신다. 그 후 노아시대 대홍수 이후 “무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창세기 9:3)”고 말씀하시고 채식뿐 아니라 육식도 허락하신다.

그 후 모세 시대에 들어 육식과 관련한 새로운 규례를 정해 주시는데 “…육지 모든 짐승 중 너희의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 짐승 중 굽이 갈라져 쪽발이 되고 새김질하는 것은 너희가 먹되…(레위기 11:1~47)”라는 말씀과 같이 부정하고 정한 먹을 생물과 먹지 못할 생물을 구분하고 먹을 만한 짐승의 기준을 제시하셨다.

인간의 생명과 음식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동질적인 것으로 ESG경영에서의 환경(E)과 사회적 가치(S)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다. ESG경영과 연결되어 함께 논의되는 음식 윤리는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세 번째 목표인 ‘인류의 건강 및 웰빙’과 직접 연결되며 이는 농축수산 기업, 비료 및 농약 제조, 음식료 제조 및 요식업 등 관련 기업이 경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핵심 ESG경영 성과지표이다.

ESG경영은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 재무적 가치 극대화만을 고려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주주, 채권자, 종업원, 지역사회와 미래세대까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확장된 목적을 추구하는 접근이다. 경제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 공히 기업의 재무적 가치 극대화만으로는 기업 자체, 더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이 불가능함을 인식한 접근이다.

먼저 음식과 관련된 제1차 산업인 농축수산업에 존재하는 윤리적 이슈를 생각해 보자. 농업의 경우 재무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한된 면적의 농지에서 최대한의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비료와 농약 생산 기업은 효과가 더욱 강력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였고 비료와 농약은 오늘날 농작물 재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품목이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과도한 비료는 작물의 병충해 저항성을 약화시키고 더 많은 농약과 비료 사용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농약의 과잉 사용은 메뚜기 등 곤충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초래했고 생태계를 파괴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농작물에 잔류하는 농약 성분을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위협당하게 되었다. 축산업은 어떤가? 제한된 비용으로 생산성을 최대화하려다 보니 좁은 공간에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윤리적이며 잔인하게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한다.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남용하다 보니 식량 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인간의 몸속에 그 항생제가 축적되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수산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오염시킨 강과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와 수산물을 섭취한 인간은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오염의 부작용에 노출되었다. 이렇게 오염된 식재료를 윤리의식 없이 사용하는 음식료 제조 및 요식기업도 ESG경영에서 실패한 것이다.

소비자 수준에서 음식 윤리는 어떠한가? 먼저 생산자인 기업의 ESG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소비자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음식 윤리가 있다.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음식료 관련 기업에 대항하여 소비자들이 더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음식 윤리에 부합한 경영으로 ESG성과가 높은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소비자가 기꺼이 분담함으로 반응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음식료를 생산, 가공, 유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과 시장에서의 퇴출 운동에 소비자 단체들이 적극 나서는 것이다.

음식과 관련된 윤리문제에 소홀하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인류의 건강과 웰빙’ 이라는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행복을 훼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인류 보편의 율법이자 윤리지침인 지속가능한 이웃사랑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타나는 음식 윤리와 관련된 ESG 이슈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련되어 있다. 성경에는 고아와 과부, 이방인과 나그네를 특별히 소외계층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하나의 에피소드로 창세기 18장에 있는 아브라함의 나그네 접대 이야기가 있다. 아브라함이 뜨거운 낮에 마므레라는 지역의 상수리나무 숲에서 장막을 치고 그 문 앞에 앉아 있을 때 나그네 세 명이 나타난다.

낯선 나그네를 본 아브라함은 즉시 달려나가 영접하고 극진하게 대접한다. 그런데 이것은 풍습에 따른 형식적인 손님 접대 수준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99세나 된 노인이었지만 한낮의 가장 더운 시간에 여행 중인 낯선 나그네들을 보자마자 즉시 달려나가 이들을 따뜻하게 영접했다. 대 부족의 족장인 아브라함이 초라한 나그네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며 자신의 처소에서 쉬면서 기력을 회복하고 가라고 간곡하게 청한다. 이는 아브라함의 겸손하고 덕망 있는 인품과 진정성 있는 마음을 나타낸다.

아브라함은 사라에게 부탁하여 고운 밀가루 서 말을 반죽하여 떡을 만들고, 하인에게 살이 연하고 맛있어 보이는 송아지를 잡아 요리하게 시킨다. 물론 아브라함은 큰 부자였지만 그렇다고 낯선 사람에게 선뜻 최상급의 송아지를 잡아 대접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18장 8절로 이어지는 내용에서 나타나는 추가적인 음식 목록을 보니 버터로 추정되는 엉긴 젖과 우유가 등장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시원한 나무 그늘에 차려놓고 그 곁에 서서 시중을 들고 있다.

음식을 대접하는 자가 음식을 먹는 나그네의 상태를 살피며 앞으로 계속될 고단한 여행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전후 이야기를 살펴보면 음식을 여유 있게 준비해 함께 있던 사람들과도 나누고 나그네들이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 윤리는 일상의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생존과 관련된 주제이다. 음식을 둘러싼 윤리적인 문제를 인식함으로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우리의 의사결정이 초래한 결과(outcome)와 하나님이 창조하신 식물과 동물의 존재론적 가치를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음식 윤리의 실천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지에 대한 하나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길과도 연결될 것이다.(다음 회, 성경 속의 다양성과 ESG경영)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