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도덕을 가르쳐야 할 성직자가 도덕성을 내팽개쳤다는 비판대에 올랐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김규돈 신부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논란이 일자 김 신부는 “공개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실수로 글이 전체 공개됐다”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그의 소속 교구에선 김 신부를 즉각 면직 처분했다. 교계에서도 김 신부를 문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동시에 양심을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 김 신부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동남아 순방 일정(11월 11~16일)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글이었다.
김 신부의 글은 삽시간 만에 논란의 한복판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죽음을 기원하는 성직자라니”, “신부가 샤머니즘을 믿는 것 같다”고 김 신부를 비판했다.
교계 역시 김 신부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김 신부가 소속된 대한성공회 대전교구는 김 신부에 대해 면직 처분을 결정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유낙준 주교는 “물의를 일으킨 사제로 인하여 분노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어떻게 생명을 존중해야 할 사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수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전용기 추락을 염원할 수 있겠는가. 분란을 야기한 사제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김 신부를 지탄했다.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도 김 신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교연은 성명을 내고 “이 글을 쓴 신부는 문제가 되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일기장처럼 쓴 나만의 생각 압축’이라고 했다. 김 신부의 저주성 글이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의 증상에서 비롯됐다면 적절한 치료가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면, 최소한 성직자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살아갈 것을 권고한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현재 사제직이 박탈됐다. 이외에도 김 신부는 성공회 원주노인복지센터장, 원주교회 협동사제 등에서 면직 처리됐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