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을 회장으로 둔 미국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주식을 올해 3분기에 41억 달러(약 5조43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고 15일(한국시간) 공시했다. 3분기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지난 8월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적 행동으로 대만해협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됐던 시기다. 버핏 회장은 그 위기에 베팅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 직후인 이날 TSMC 지분 확대 사실을 공개했다.
1. TSMC [TSM]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지분 공시에서 3분기에 90억 달러(약 11조91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약 41억 달러를 들여 TSMC 미국 예탁증권(ADR) 6010만주를 지난 9월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는 대만증권거래소 상장사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DR로 매매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위주의 성장주보다 가치 투자에 집중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가치 투자의 귀재’다. 하지만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세계 시총 1위 애플처럼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이라면 버핏 회장의 시야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이날 공개된 3분기까지 애플은 4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점적인 TSMC의 경쟁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TSMC의 비중은 1.4%다. 미국 투자자문사 가드너루소앤드퀸 파트너 톰 루소는 “세계가 TSMC 제품 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됐다고 버크셔는 믿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에서 대만 ‘1등 기업’인 TSMC를 택한 버핏 회장의 배짱도 주목할 만하다. TSMC 주가는 지난 8월 한때 90달러를 넘겼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면서 꾸준하게 하락했다. 지난 4일 59.43달러에서 저점을 찍고 최근 반등을 시도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의 한 호텔에서 지난 14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만 침공 임박 우려를 다소나마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시 주석이 대만을 “중·미 관계의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다소 강경하게 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침공의 임박한 계획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말로 양안관계의 긴장 완화를 시도했다.
버크셔의 보유 지분은 미·중 정상회담은 물론,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본장을 마친 뒤에 공개됐다. 뉴욕증권거래소 본장에서 72.8달러로 1.4%(1.03달러) 하락 마감한 TSMC는 시간 외 매매에서 77.4달러까지 6.32%(4.6달러)나 상승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대만증권거래소에서 8.09% 오른 481대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 루이지애나퍼시픽 [LPX]
버크셔는 이날 지분 공시에서 미국 건축 자재 기업 루이지애나퍼시픽 주식도 2억9670만 달러(약 3900억원)어치를 신규 매입했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퍼시픽은 가구나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목재 배향성스트랜드보드(OSB)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사명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있지만, 본사는 중동부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다.
버핏 회장은 OSB 시장에서 루이지애나퍼시픽의 독점적인 지위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루이지애나퍼시픽 비중은 0.1%로 많지 않다. 루이지애나퍼시픽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본장에서 1.8%(1.08달러) 하락한 58.9달러로 마감한 뒤 시간 외 매매에서 10.7%(6.3달러) 급등한 65.2달러에 도달했다.
3. 아마존닷컴 [AMZN]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닷컴은 빅테크 기업에 몰아치는 감원 한파를 부추겼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아마존이 이번 주부터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며 “이는 아마존 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소매 부문, 인사담당 부서, 기술직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아마존은 올해 상반기인 지난 6월까지 계약직을 포함, 전 세계에서 15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2019년 말까지 79만8000명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시장 활황으로 지난해 160만명까지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고유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강달러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물건을 유통하는 아마존의 악재로 꼽힌다. 아마존의 감원은 실적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아마존은 이날 나스닥에서 2.28%(2.3달러) 하락한 98.49달러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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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