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도 잠시, 러시아의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7위 선수는 테니스 코트 중계 카메라로 다가가 또 한 번 펜을 들었다. 그리고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카메라 렌즈에 노란색 글씨를 써 내려갔다. “Peace Peace Peace All We Need” (평화 평화 평화, 우리에게 필요한)
안드레이 루블레프(25)는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 알피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니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파이널스 단식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6·세계랭킹 4위)를 2대 1(6-7<7>, 6-3, 7-6<7>)로 꺾은 뒤 경기장 중계 카메라에 이같이 썼다고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상위랭커 8명만 출전하는 시즌 ‘왕중왕전’격인 ATP 파이널스에서 러시아 국적인 루블레프와 메드베데프는 국적 표기와 국기 없이 경기를 치렀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ATP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적 표기와 국기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루블레프의 평화 메시지는 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나왔다.
루블레프의 평화 촉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전쟁이 발발 직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카메라 렌즈에 “No War Please”(제발 전쟁을 멈춰달라)라는 반전 메시지를 쓰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광범위한 미사일 공격을 가한 뒤 열렸던 히혼오픈을 앞두고는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듣는 것은 힘들고 끔찍하다”며 앞으로도 자신의 테니스 플랫폼을 평화 메시지를 내기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TP 파이널스 최다 우승 타이기록에 도전하는 노박 조코비치(35·세계랭킹 8위)는 이날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4·3위)를 2대 0(6-4 7-6)으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ATP 파이널스 5회(2008 2012 2013 2014 2015년) 우승자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다 우승자인 로저 페더러와 타이기록을 세울 수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