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더 탐사’가 방송에서 광고성 떡볶이 먹방을 선보여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진행자들은 떡볶이 먹방을 선보이며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15일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한 곳 어제 방송 중 특이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엔 해당 매체의 라이브 방송 중 출연자들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 장면이 캡처된 이미지로 담겼다. 누리꾼들이 분노하면서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졌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떡볶이 먹방’이 오르내리며 비난이 쇄도했다.
이들은 14일 ‘희생자 명단공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세창의 생일과 술통령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또 이날 방송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를 통해 희생자를 호명하며 기도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김영식 신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부르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이날 더탐사는 시민언론 단체 ‘민들레’와 협업해 158명의 희생자 중 155명(이달 초 기준)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공개했다. 이날 방송을 시작하면서 앞부분에서 해당 포스터를 띄우기도 했다.
진행자들은 2시간 가량 진행된 방송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 진행자가 “떡볶이가 왔다”고 말했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설명하던 한 기자는 “추가 취재를 공개하기 전 광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진행자는 “광고 중요하다.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저희 보도를 인용해 게시판에 글을 쓰신 한 시민이 고발을 당했다. 그 분도 도와드려야 한다”며 제품을 소개했다. 진행자들은 “쫄깃한 밀떡에 분말스프 넣고 끓으면 매콤달달한 떡볶이가 완성된다“ “너무 맛있다” 등의 말을 하며 떡볶이를 먹었다. 한 진행자는 “(지난번에 광고한) 양파즙은 품절이다. 더 탐사에 광고하실 분들은 재고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진행자들이 약 10분간 떡볶이를 먹는 동안 뒷배경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호명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떡볶이를 팔기 위해 명단을 공개한 거냐” “악마가 따로 없다” “이런 게 진정한 추모인가” “유가족들 이거 보면 가슴이 미어질 듯” “떡볶이를 먹는 동안만이라도 배경을 바꾸지 그랬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들은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