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단체로 얼차려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20분쯤 도내 A 고교 본관 중앙현관 앞에서 학생 30여명이 교사에 의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 이들은 1~2학년 실장과 부실장들로 급식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학생부장으로부터 얼차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얼차려 장면을 지켜본 일부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교 커뮤니티 등에 관련 사진을 찍어 올리며 교사의 강압적인 체벌을 ‘똥군기’라고 비판했다. 일부 학생은 강원도교육청 국민신문고에 이 사실을 고발했다.
집단 얼차려를 지켜본 한 학생은 체벌이 10분 이상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담당 교사가 1분 정도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바로 일어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급식 봉사활동에 7명만 참여해 얼차려를 준것으로 알려졌다.
얼차려에 대한 비판 논란이 인 후 학교 커뮤니티와 교육청 국민신고에 올라온 체벌 사진과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A고교의 한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얼차려를 실시한 교사는 학교생활에 많이 관여한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학교는 지난 11일 해당 교사를 시청에 아동학대(아동복지법) 혐의로 신고했다. 시청과 경찰은 21일쯤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 고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신고하면서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담당 교사는 이 학교 출신으로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취지라도 얼차려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에도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에서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시행령은 학교의 장은 지도할 때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이 교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 고교 교장은 “학교 선생님들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 학생들이 사건을 일파만파 흘리고 국민신문고에 올리면 많이 힘들다”며 “ 학교에서 들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조그만 일들까지 국민신문고에 알리는 경우가 있어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이번 일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앞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방관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