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 자식 있었대도 다 죽었을까” 희생자母 눈물

입력 2022-11-15 06:17 수정 2022-11-15 11:11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의 생전 모습(왼쪽 사진)과 그의 어머니. BBC 코리아 영상 캡처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배우 고(故) 이지한(24)의 어머니가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지한의 어머니 A씨는 14일 보도된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 아들이 추운 방에서 잘까 봐 여태껏 아들 방에 불을 켜놓고 보일러를 튼다. (집에 들어가면) ‘엄마, 엄마’라는 환청이 들린다”고 토로했다.

A씨는 사고 당일에 대해 “경찰이 전화를 했다. ‘이지한씨 부모님 맞나, 병원 응급실이다’라고. 흥분해서 병원에 가보니 응급실에 제 아이가 숨을 안 쉰 채 누워 있었다”며 “싸늘한 냉동실에 그 아이를 넣고 나서야 158명의 귀한 생명이 모두 다 죽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이지한은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뒤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 출연했다.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꼭두의 계절’(MBC)을 촬영하며 지상파 데뷔를 앞두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BBC 코리아 영상 캡처

A씨는 “제 아이의 사망 시간은 30일 00시30분. 도와 달라고 구조 요청을 한 아이의 시간은 29일 18시34분. 도대체 몇 시간이 흐른 건가. 몇 시간 동안 대처를 못 했기에 그 많은 아이들이 간 건가. 다 살릴 수 있었다.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아들, 손자, 손녀,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112에서 그렇게 무시할 수 있었겠나. 수많은 경찰이 몰려와 어떻게든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겠나. 그렇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리의 자식도, 회사원의 자식도, 시장 상인의 자식도, 어느 하나 목숨의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고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의 어머니 인터뷰. BBC 코리아 영상 캡처

A씨는 다만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는 경의를 표한다면서 비난의 화살이나 책임이 그들에게 향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일선 경찰이나 소방대원들은) 그 참혹한 현장에서 아이들을 하나라도 구해내기 위해서 애쓰신 걸 알고 있다”며 “그분들에게 무슨 죄가 있나. 왜 아랫사람들만 들들 볶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용산구청장, 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잣대로 철저히 조사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강력한 처벌만이 유가족들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