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란 내용의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가 사실상 ‘추경호 맞춤형’으로 발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고서를 적극 인용하며 윤석열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를 차단한 바 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KDI가 정권 맞춤형 보고서를 무리하게 내준 것 아니냐”면서 보고서 발간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 사항이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KDI가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해당 보고서 초고가 발간위원회에 등록된 이후 내부 검토과정에서 여러 우려사항이 제기됐으나 대부분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
지적된 사항은 모두 13가지였는데, 보고서의 논지가 오해나 논란을 부를 수 있으니 수정해달라는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정여건 개선을 위해 주요국에서는 재원확충 방안으로 법인세 명목최고세율 혹은 실효세율 인상이 논의되고 있으니 이러한 점을 고려하라” “저자의 견해와 다른 의견들의 우려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문구 및 주요 정책 판단을 다듬을 것” 등의 요구가 있었으나 무시됐다.
반면 “기존 법인세율 체계와 개편안 차이를 그림으로 보여 달라” “법인과세 비효율에 대한 선행연구도 제시해야 한다” 등 지엽적이거나 보고서의 논지를 해치지 않는 수준의 지적사항은 수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은 또 해당 보고서 초고 검토기간이었던 지난 9월 추 부총리가 KDI와 가진 한국경제 진단 정책 간담회에서 고영선 KDI 원장대행에게 “KDI가 정부와 한팀이 되어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정책대안 발굴에 힘써달라”고 당부하는 등 공조를 과시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정감사와 법인세 개정안 심사 등 중차대한 일정들을 앞두고 KDI와 기재부 수장 간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인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이 추경호 부총리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일했던 박근혜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반에서 역할을 했던 인연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앞서 발표 당시에도 저자가 자신의 미발표 논문을 인용하고, 학계에서 치열한 논쟁 중인 법인세 인하의 효과를 놓고 ‘법인세 인하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 단언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장 의원은 “국책연구원이 정권의 정치 일정에 맞춰 무리한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제공해서는 곤란하다”며 “KDI의 명성에 걸맞는 신중한 출간물 심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