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대 A씨는 ‘빚투’(빚내서 투자)로 채무가 1억원을 넘었다. 재테크라고는 예·적금 밖에 몰랐지만, 주변 사람 말에 ‘더 늦기 전에’ 주식투자를 한 게 화근이었다. 늦은 만큼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늘렸고 고스란히 빚더미로 남았다.
B씨(29)는 지난해 10월에 집을 샀다. ‘지금이 가장 쌀 때’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이라는 말들에 솔깃해 대출을 ‘최대’로 받았다. 나에게도 집이 생겼다는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B씨의 월급 대부분은 대출 원리금 갚는 데 들어가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에 빠진 청년들이 빚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 물가 급등이 얹혀졌다. 한국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 힘들지만, 청년들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연령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했더니 청년층(15~29세)이 25.1로 조사됐다고 14일 밝혔다. 60대는 16.1, 30대는 14.4, 50대는 13.3, 40대는 12.5였다. 전경련은 급격한 물가 상승이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청년층의 체감물가상승률(5.2%)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0.5%)의 10배 수준에 이른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높다.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어려움을 더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증가 속도는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4년간(2017~2020년) 배출된 대졸자는 223만4000명이지만, 신규 고학력 일자리는 126만4000개에 그쳤다. 상반기에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19.9%나 됐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기업의 ‘이공계 선호’는 인문계열 전공자의 취업문을 더 좁혔다. 기업들이 하반기에 채용하기로 예정한 인원 10명 중 7명(67.9%)은 이공계열 전공자다. 국제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C씨는 “이공계 인재를 찾는 회사가 많다. 코딩을 배워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청년층의 부채 증가율은 48.3%에 이른다. 전체 부채 증가율의 배에 달한다. 청년층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9.2%(지난해 기준)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전경련은 “청년들이 과도하게 빚을 내서 투자를 하거나 집을 사들이면서 이미 채무 부담이 상당하다. 연말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 청년층 고통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