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가 광주 우치동물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기록관이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지자체 동물원에 맡기기로 하면서 관리할 기관을 물색하던 중 우치동물원이 사육 의사를 전했다.
광주시 산하 사업소인 우치동물원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기록관 측으로부터 지난 8일 곰이와 송강을 키울 수 있는지 유선 문의를 받고 고심하던 중 사육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풍산개가 정쟁 대상으로 인식되며 여론의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관리 부담이 있었지만 사육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치동물원은 2019년 8월 30일 풍산개 ‘별’을 분양받아 관리하고 있다. 별은 곰이와 송강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이다. 곰이와 송강이 우치동물원으로 보내지는 게 확정된다면 3년여 만에 새끼와 상봉하는 셈이다.
앞서 곰이와 송강이 출산한 새끼 6마리는 광주와 서울, 인천(2마리), 대전(2마리) 4개 지자체로 보내졌다. 대통령기록관은 이들 풍산개를 키우는 지자체마다 부모견의 사육 의사를 물었으나 우치동물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시설 등 여러 여건상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우치공원 관리사무소는 대통령기록관에서 최종 결정이 나면 5∼7일 정도 공간 확보, 사육자 선정 등 준비 기간을 거쳐 곰이와 송강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적응도에 따라 새끼인 별이와 같은 견사에서 키우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 도난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곰이, 송강을 특별 관리할 방침이다.
우치동물원에서 사육을 맡게 된다면 분양 형태인 별이와 달리 대통령기록물인 곰이, 송강은 대여 형식으로 넘겨지게 된다. 분양의 경우 소유권이 동물원 측으로 넘어가지만, 대여 형식으로 양육하게 된다면 소유권은 대통령기록관에 그대로 남는다. 대통령기록물법상 국가원수 자격으로 받은 풍산개는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적응 기간을 지나서도 일반인 관람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치동물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반 관람객은 산책, 활동 중인 모습이나 울타리 안 생활 정도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에서 어떻게 최종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사육 여건은 갖췄고, 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곰이와 송강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경남 양산 사저에서 기르다 지난 8일 정부에 반환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반환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는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으나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고, 퇴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명시적인 근거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라며 “이 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