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주 도심의 집단 난투극에 이어 ‘전쟁 선포’와 함께 무장한 채 전면전에 나섰던 광주지역 양대 폭력조직 2개 파 조직원 38명이 적발됐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최순호 부장검사)는 14일 세력과시를 위해 집단·보복 폭행을 일삼은 속칭 국제 PJ파와 충장OB파 폭력조직원 38명을 엄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A(23)씨 등 18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범죄단체 등의 구성·활동)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B(27)씨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또 현재 도피 중인 마지막 1명은 지명수배를 내렸고 미성년자 6명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그동안 긴밀하게 협력해 은신·도주한 폭력조직원들을 추적·검거했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 광주지역 양대 폭력조직으로 맞서온 이들의 최근 세력다툼은 지난 1월 27일 새벽 광주 상무지구 술집에서 일명 행동대원들이 사소한 시비 끝에 난투극을 벌인 게 발단이 됐다.
국제PJ파 조직원 5명이 술집에서 마주친 충장OB파 조직원 2명을 일방적으로 구타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집단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국제PJ파 조직원들은 “어린 녀석들이 인사도 하지 않고 떠든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온 충장OB파 조직원들을 “어디서 족보에도 없는 선배 노릇이냐”며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충장OB파 조직원들은 안면이 있던 선배 조직원의 주선으로 ‘화해’를 하기 위해 찾아온 국제PJ파 조직원에게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며 1차 보복 폭행을 가했다.
이어 자파 조직원들을 더 불러모은 뒤 상대파 조직원을 직접 찾아가 집단폭행에 가담한 다른 이들의 행방을 대라고 2차 보복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PJ파는 이 같은 충장OB파의 잇단 보복에 앙심을 품고 ‘전쟁’을 선포한 뒤 ‘비상소집’에 들어갔다. 쇠파이프와 회칼 등으로 무장한 채 용봉동에서 차량 7대에 나눠타고 충장OB파를 찾겠다며 도로와 거리를 활보했다.
연락책을 거쳐 국제PJ파와 충장OB파는 결국 광주 시내 한 유원지에 집결해 조직의 사활을 건 ‘정면 승부’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폭력조직간의 살벌한 패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면서 일촉즉발까지 달한 양대 조직간 전면전은 부득이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형사들을 피해 유원지에서 급히 해산한 뒤 뿔뿔이 잠적한 조직원 검거작전에 나서 20여 명을 잇따라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대부분 10대 후반인 2010년대 중반부터 폭력조직에 몸담아온 이들은 달아나는 과정에서 경찰과 함께 출동한 검찰 수사관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내리쳐 부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국제PJ파가 광주 충장로와 상무지구 등을 주요거점으로 삼아 활동해온 조직원 180여 명의 대규모 폭력조직으로 세력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광주 도심 내 불법업소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조직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신규 조직원을 영입해 세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학교짱으로 불리는 ‘일진’과 그를 추종하는 중·고생을 새로 끌어들여 위계질서에 따른 폭력조직을 구축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직을 탈퇴하려는 후배 조직원들을 무차별 구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현재 광주·전남지역에서 20여 개 폭력조직이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근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가 느슨해진 공백을 틈타 조직폭력배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집단 난투극을 일삼는 대담한 범죄 활동으로 사회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남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지난해 전국 조직폭력 처벌 인원이 2017년 대비 70.5% 감소했다”며 “국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침해하는 조직폭력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