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1992년 첫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8000번의 간이식 기록을 세웠다. 8000례의 간이식은 세계 최초다.
14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지난 9월 23일 간암 투병 중인 이모(47)씨에게 아들(18)의 간 일부를 떼어내 옮겨심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처음 간이식 8000례를 달성했다. 간을 이식받은 이씨는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병원은 1992년 뇌사자 간이식 이후 생체 간이식 6658건, 뇌사자 간이식 1342건을 실행했다(9월 말 기준).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감염 관리를 통해 연 500례 넘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해왔다. 수술 성공률은 98%다.
이곳에서 수술받은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1992년 당시 42세), 국내 첫 소아 생체 간이식 환자(1994년 당시 9개월), 국내 첫 성인 생체 간이식 환자(1997년 당시 38세), 세계 첫 변형우엽 간이식 환자(1999년 당시 41세), 세계 첫 2대1 간이식 환자(2000년 당시 49세) 모두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병원은 말기 간질환자들에게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간이식에 과감히 뛰어들었고,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수술법을 세계 간이식계에 제시해왔다.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199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 우엽(오른쪽) 간이식’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역시 이 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한 ‘2대1 생체 간이식’은 간 기증자와 수혜자의 범위를 넓힌 데 의의가 크다.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기 때문에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한 경우에도 간이식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의 85%는 생체 간이식이다. 이는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서 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료진은 수술 성공률이 매우 낮은 중증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았고 간이식 생존율이 1년 98%, 3년 90%, 10년 89%로 매우 높다.
한국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의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후 1년 생존율이 평균 92%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수한 수치다. 2017년에는 생체 간이식 환자 361명이 모두 생존해 꿈의 수치인 사망률 0%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병원은 또 간 기증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곳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한 명도 없었다. 아울러 병원은 간이식 기술을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국외 의료계 전파에 힘써왔다.
이승규 교수는 “간이식 불모지에서 차곡차곡 수술 기록을 쌓아 8000례까지 이를 수 있던 배경에는 단단한 팀워크가 자리해있다. 간이식·간담도외과 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의 모든 의료진이 ‘원팀’이 돼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 순간 혼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의 기로에 섰던 많은 환자들이 우리의 도전에 큰 용기로 응했으며 모범적인 건강관리로 간이식 역사에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었기에 간이식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간질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