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TF단장에 경질 논란에 휩싸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관련 서명 브리핑을 통해 “안전관리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TF’의 킥오프 회의를 이번 주 개최하고 1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또 “TF에서 긴급구조시스템 개선방안, 재난상황 보고·통제체계 개선, 인파관리 안전대책, 신종재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TF단장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이는 사태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이 장관의 뜻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그건 고위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가중됐다.
앞서 이 장관은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 경찰 소방력 대응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비난 여론에 휩싸였었다. 이후 이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나름대로 그(보고받은) 시점에서 충분히 지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의 성격을 묻는 말에는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였다”고 답했다가 질타가 쏟아지자 “결과적으로 참사”라고 정정했다.
이 장관이 이 같은 발언에 야당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참 뻔뻔한 장관”이라며 “비번임에도 참사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특수본 수사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을 총 책임지는 주무장관임에도 참사 당일 집에만 있던 이 장관은 ‘폼 나게’ 타령으로 자리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일선 소방서장보다 못한 처신이 부끄럽지도 않냐”며 “큰 권한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 장관은 용산소방서장의 발끝이라도 쫓으면서 ‘폼 나게’ 타령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도 “157명이 생목숨을 잃은 이 참사 와중에 사퇴하는 것을 ‘폼 나게 사표 던지는 일’로 표현하는 재난총괄 책임자의 멘털에 절망과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트위터에 “‘폼 나게’ 사표 던지면 안 되겠다. 파면으로 ‘혼나야’ 한다”고 적었다.
여당에서는 자진사퇴를 비롯한 경질론이 부각됐다. 유승민 전 의원이 가장 먼저 이 장관 파면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또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다.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상민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태 수습 후 늦지 않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장관은 지난 2일 ‘다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을 위한 범정부 특별팀(TF)’ 첫 회의에 이어 4일에는 안전대책 관련 17개 시도 및 관계부처 대책회의, 10일에는 인파사고 예방관리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 등을 잇달아 주재했다.
정부는 범정부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300개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14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다. 중앙행정기관 20곳, 지자체 221곳, 공공기관 등 59곳이 참여하며 훈련은 총 1433회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훈련은 훈련정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불시훈련을 확대하고 훈련 시에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도록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 유관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다중밀집 인파사고 방지를 위한 국민행동요령을 제작·배포하고, 심폐소생술(CPR)의 체험 위주 교육을 확대한다. 인파밀집 지역에서의 안전수칙 준수, 지역주민의 지역 위험요인 발굴·개선활동 참여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