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숨진 것을 두고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보고서 삭제를 고작 정보계장 수준에서 생각했겠나.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면 목숨을 끊는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왜 하위급 실무자들을 희생양 삼는가. 그래놓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설 거라 생각하나”라며 “이런 식의 수사라면 참사의 구조적 원인(국민 안전보다 권력에 줄 서고 아부해야 출세하는 구조)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이 뭐였나. 누가 뭐라 해도 대규모 군중 관리를 위한 경찰 인력을 충분히 사전 배치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 배경은 윗선에서 국민 안전보다 정권 보호에 치중하고, 축제 등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일보다 집회 시위 대응이나 경호경비, 마약 단속 등 위에서 관심 갖는 기획성 수사에 실적을 내는 데 더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연의 경찰 책무보다 특별한 정치적 실적을 쌓는 게 개인의 승진에도 조직의 확장에도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니 이게 일선의 책임이겠나”라며 “그렇다면 이번 참사의 근원적 책임은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또한 그런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답습하고 있는 ‘윗선’에 전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장관 등 행정부, 여야 정치권, 그리고 치안과 지방행정을 책임진 수장들에게 근원적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지휘를 받는 일선 실무자들의 책임은 부차적인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0%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지금 우리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한다며 어떻게 하고 있나. 애꿎은 일선 실무자들을 희생양 삼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은 당시 새벽까지 생중계를 통해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심지어 지휘관 일부는 소식도 없고 일부는 엎어지면 코 닿을 서울 거리를 화상으로 지휘한다며 생색만 냈지,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는 누구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 가운데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관들과 이태원파출소 순경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소리 지르고 고군분투하며 기자 응대까지 하는지를 봤다”면서 “정작 그 자리에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높은 분들은 왜 책임지지 않는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사건수습부터 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거라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들은 대관절 뭐길래,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현장에서 발버둥치며 고군분투하던 소방대원들과 파출소 경찰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사고를 수습한단 말인가. 부끄럽지 아니한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 장관 등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일선 실무자들 앞에, 죽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며 “그들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지휘 책임을 추궁하고 보고서 삭제 문제를 수사하나.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실도 이 장관 등을 감싸고돌아선 안 된다.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데 어찌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를 결정하나. 용서는 오직 희생자 유가족들, 부상자들과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은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를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지난 11일 낮 12시45분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2일 정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는데, 당시 일부 유족은 “살려내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명예를 회복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조문객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조문을 마친 김 청장은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빠르게 빠져나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