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또 삭감’ 민주당의 예산안 칼질에 뾰족수 없는 국민의힘

입력 2022-11-13 16:24

더불어민주당이 169석 거대 야당의 위력을 앞세워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시작했다. 이에 ‘예산 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 59억여원을 통으로 날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 6억여원을,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에선 청와대 영빈관 대체 예산(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 59억여원을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은 이 외에도 영빈관 신축 관련 예산(497억원)과 대통령실 이전 관리 예산 가운데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 예산(29억6000만원), 국가 사이버안전관리센터 구축 예산(20억원), 용산공원 개방 및 조성사업 예산(286억원), 검찰청 4대 범죄 수사 예산(44억1000만원) 등을 전액 혹은 상당 부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꼼수 예산’은 철저하게 찾아내 들어내고, 정부가 삭감한 민생 예산은 전부 복원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 칼질을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고,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최대한 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다 감액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몽니를 부리고 있는데, 이건 또 다른 형태의 대선 불복 심리”라며 “정부가 아무 일도 못하게 막으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다 지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다음 달 2일까지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모든 상임위에서 수적 열세인 상황이라 뾰족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예산안 관련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다음 달 3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승욱 정현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