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20대 청년 노동자가 철제코일에 깔려 숨진 삼성전자 광주 협력사가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이견을 보여온 보상문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장례절차가 사고 6일 만에 유족들의 오열 속에 마무리됐다.
13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삼성전자 협력사인 디케이㈜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A(25)씨 발인식이 엄숙하게 진행됐다.
발인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숨진 근로자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참아온 눈물을 터트렸다. 이를 지켜보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소속 근로자와 같은 회사 동료들도 연신 눈가를 훔쳤다.
사용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중단해 온 유족은 사고 6일이 지나서야 현장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등에 합의하고 발인을 했다.
이날 슬픔에 잠긴 고인의 친구들이 흰 천으로 덮은 관을 장례식장 밖으로 옮기자, 관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던 어머니는 손을 뻗으며 오열했다.
"가지 마라. 제발…" 목놓아 외치는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자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던 친형도 참아온 눈물을 마스크 위로 뚝뚝 떨어뜨렸다.
생전 10살 터울 형과 돈독한 우애를 다져온 A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6일 형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모처럼 약속했지만, 그마저 제대로 지킬 수 없었다.
출퇴근 시간이 매번 엇갈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던 우애 깊은 형제는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겨우 약속시간을 잡았지만, 하루 만인 7일 밤 공장 내 원자재 가공 공정에 투입됐던 A씨가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지난 9일 장례 절차를 멈추고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해온 유족들은 12일 사측으로부터 사과문을 전달받고 장례절차를 이어왔다.
사측은 사과문에서 “불의의 사고와 죽음에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회사의 안전관리 의무 등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반 시설을 점검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와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안전한 직장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쾌적한 작업 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해 직원 복지와 임금을 향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A씨의 형과 유족은 사측에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사측의 사과와 유족들의 합의로 발인이 엄수됐지만 노동계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제2, 3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사과문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본부는 “산별 노조만 있는 자리에서 합의를 진행한 것인 만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오후 9시 14분쯤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 내 삼성전자 협력업체 디케이에서 원자재를 작업대로 옮기던 작업을 하던 A씨가 1.8t 무게의 철제 코일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따지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