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척추교정술’ 등 대체의학, 병역연기 적용 안 된다”

입력 2022-11-13 15:26

도수치료 등 대체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는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 병역을 연기해주는 병역법상 특례조항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호주 소재 B 대학에서 ‘카이로프랙틱(도수치료의 일종으로 척추교정술)’ 석사 3년 과정을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상태였던 그는 만 28세가 된 2020년 12월 30일 서울지방병무청(병무청)에 “같은 달 31일부터 2022년 3월 15일까지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병역법은 일정 나이를 넘긴 남성은 특례 조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해외 출국을 제한하고 병역을 연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년을 초과하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을 경우 만 27세까지, 의학과·치의학과·한의학과 등 일반대학원 의학과정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다닐 경우는 만 28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대학원이 해외에 있을 경우 제한연령 내 졸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1년 더 연기할 수 있다.

A씨는 자신의 전공이 의학전문대학원에 해당하고 외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만큼 만 29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병무청은 A씨를 해외 3년제 대학원 석사 과정 재학생으로 판단하고 만 28세까지만 연기가 가능하다고 봤다. 병무청은 A씨가 해외에 체류할 수 있는 기한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보고 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B대학 카이로프랙틱 석사 과정은 12개월까지만 휴학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할 경우 퇴학 처리된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그는 “해외에서는 카이로프랙틱이 정식 의학 분야로 인정받고 있고, 이수 시 의사면허를 받는 의료인”이라며 한국이 아닌 호주 등 현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일반대학원 의학 과정에 적용되는 특례조항을 적용해 만 29세까지 병역을 연기해달라는 취지다.

법원은 “카이로프랙틱은 일반대학원 의학과 과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최소 수업연한이 ‘6년제 대학 또는 4년제 대학원’인 경우를 우리나라 보건의료인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 학교로 인정하고 있다”며 “3년제 대학원인 이 사건 과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의료, 치과 의료, 한방 의료에 속하지 않는 이 사건 과정과 같은 대체의학은 의학과에 포함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연기하기 위한 일체의 특례 사유는 병역법에 그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설령 이 사건 과정이 호주에서는 의학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병역의무자가 어느 국가에서 유학하는지 여부에 따라 병역 의무를 다르게 부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