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을 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숨진 데 대해 “누군가 죽어도 바뀌지 않는 나라에 ‘세계 10위 경제강국’이라는 이름은 자랑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거듭되는 안전 참사 희생자들의 넋이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는 건가’라고 외치는 듯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숨진 직원의 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공유하며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 분이 커뮤니티에 올린 절절한 글을 읽었다. 생일을 맞아 집에 온다던 오빠가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절규에 마음이 저리고 아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만약의 순간’이 있었다”며 “같이 일하던 사람이 1명만 더 있었다면, 열차를 피할 공간이 있었다면, 올해 4건이나 발생한 사망사고에 회사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청년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나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서 동료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공공기관 혁신도,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인력을 줄여도 되는 영역이 있고 그래선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우리의 생명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안전해야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8시30분쯤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화물열차 연결작업을 하던 A씨(34)가 기관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 B씨는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억울한 죽음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사망 사고 다음 날 찾은 현장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고 생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오빠가 일하던 현장을 본 부모님과 삼촌들은 말을 잇지 못했고 철조망에 매달려 오열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 무거운 열차 수십대가 오빠를 밟고 지나 끝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저 많은 열차를 단 2명이서, 그것도 숙련된 2명도 아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인원 포함 2명이서 손으로 연결하고 떼고 위치 바꾸는 등의 일을 한다고 들었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1명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이상하다는 걸 빨리 인지해서 (작업을) 멈췄더라면, 피할 공간이 넓어서 빨리 도망이라도 쳤더라면”이라고 탄식했다.
코레일 근무자가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는 올해만 4차례 벌어졌다. 코레일은 열차 운행 시 선로작업 금지와 열차 경보 앱을 운영하는 등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며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항이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