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빈소를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경찰 조직을 대표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청장은 11일 오후 8시37분쯤 서울 강북구 대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용산서 전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윤 청장은 이날 빈소에서 유족과 대화를 나누는 등 약 20분간 머물렀다.
그는 이후 취재진에게 “가족분들께서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경찰청 차원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삶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 경감은 이날 낮 12시45분쯤 서울 강북구의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 경감은 핼러윈 축제 이전 인파 급증을 우려하는 취지의 정보보고서가 참사 이후 삭제됐다는 의혹과 관련 그의 상관인 김모 정보과장(경정)과 함께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참사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작성한 핼러윈 안전 대책 보고서가 참사 나흘 뒤인 지난 2일 삭제된 것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나 회유·강압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었다.
정 경감은 아직 소환 통보를 받지는 않은 상태였던것으로 전해졌다.
정 경감은 지난 6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가 특수본에 입건된 직후부터 연차 휴가를 냈고 지난 9일 정보과장과 함께 대기발령 조치됐다.
그는 숨지기 전날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정 경감 사망 소식에 입장문을 내고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특별관리 방안을 마련해 B경정 등 수사 대상에 포함된 용산서 관계자들을 보호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