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중대재해 심각한데…정부, ‘안전인력 증원’ 묵살

입력 2022-11-11 16:47 수정 2022-11-11 17:18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직원들이 사고처리를 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8시55분쯤 용산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제1567열차가 영등포역 진입중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최근 오봉역 사망사고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안전 인력 증원 요청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묵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1일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정부예산안을 분석해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공사 측이 요청한 철도시설 유지보수 및 관제시설 인원 증원을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80% 이상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코레일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연평균 1486명의 증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274명(18.4%)만 증원하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철도교통관제시설 인력 증원 요구 역시 무시됐다. 최근 5년간 코레일은 평균 72명 증원요구를 했으나, 7명(9.7%)만 증원됐다. 2023년에는 177명 증원을 요구했으나, 한 명도 반영되지 못하고 인원이 동결된 안이 제출됐다. 교통관제시설 인력 역시 철도차량의 운전통제와 사고 발생 시 복구지시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필수안전 담당 인력으로 볼 수 있다.

공사 측은 2019년 3조 2교대가 4조 2교대로 바뀌었고, 관리해야 할 철도노선과 시설물의 노후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2020년부터 유지보수 인력을 대폭 늘려달라 요청했으나 국토부와 기재부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철도산업의 주무 부처이고, 기재부는 인력 증원 예산을 전담하는 부처다. 철도안전사고의 원인으로 만성적 인력 부족 현상이 꾸준히 지적됐지만, 정부 차원의 안전 인력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철도 탈선사고는 선로와 열차의 정비 문제가 원인이며, 오봉역 사고의 경우 3인 1조 업무를 2명이 하다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들어 코레일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는 4차례 발생했다. 철도노조는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질수록 사고 또한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윤석열정부의 2023년 예산안에서는 아예 안전인력이 동결됐다. 정부가 수차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재무상태 개선을 요구해왔던 만큼 이번 예산안은 정부의 국정 기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장 의원은 “안전관리인력을 늘리는 데 인색한 국토부와 기재부가 안전사고와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결국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할 수 있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기획하고 공기업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면서, 사건이 터지면 하급직과 실무자를 비난하기에 급급한 윤석열정부에서 사고는 반복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