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앞둔 사우디 왕세자, 재계 총수들과 환담 가능성

입력 2022-11-11 11:16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 계승자(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연합뉴스

오는 17일 방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3년 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국내 5대 그룹 회장들과 ‘깜짝 회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한국에 방문한다. 2019년 이후 3년 만인 그의 방한 목적은 네옴시티 관련 수주 기업 발굴과 투자 유치 때문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홍해와 인접한 사우디 북서부 사막·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저탄소 스마트시티를 짓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만나 투자 유치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한했던 2019년 당시 이 회장의 주도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승지원에 모여 환담 시간을 가졌다.

당시 승지원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는 총수들과 글로벌 경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투자를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2030은 사우디 왕실이 2016년 4월 발표한 국가 개혁 프로젝트다. 국가 수입의 9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다각화를 이루고 지속 가능한 경제 기반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장은 회담 2개월쯤 뒤인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출장길에 빈 살만 왕세자와 다시 만나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주요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어 네옴시티 건설에 관심을 보일 만하다.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힘을 쏟고 있는 SK그룹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 확대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점이 있다.

2019년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서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국내 기업과의 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조만간 한-사우디 정상급에서 이벤트가 생긴다면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와 원팀을 구성해 사우디 측에 많은 제안을 할 것”이라며 “정부 대 정부, 정부 대 국부펀드(PIF) 또는 네옴 법인이 고위급 레벨에서 큰 틀의 약속을 한다면 기업들이 활동할 공간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