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했다더니… 용산구청장 “트라우마로 헷갈려”

입력 2022-11-11 06:14 수정 2022-11-11 06:22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 측이 이태원 참사 발생 전 현장점검을 했다는 해명을 번복하면서 “참사 트라우마에 헷갈렸다”고 말했다. 앞서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일 귀갓길에 인근 거리를 두 차례 현장점검했다고 밝혔는데, CCTV 화면상으로 실제 동선을 살펴보니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청이 밤 11시부터 박 구청장이 긴급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했다고 알린 보도자료 역시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박 구청장 측은 지난달 29일 저녁 행적과 동선에 대한 설명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당시 경황이 없었고 참사 트라우마에 헷갈렸다”며 “평소 동선대로 귀가했다고 생각했고 한 번 더 거리로 나왔다는 건 부정확한 기억이었다”고 SBS에 밝혔다. 그러면서 “사전에 기획된 거짓말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의령군을 방문했다가 복귀한 뒤 이태원 중심 거리 인근인 퀴논거리 현장을 둘러본 뒤 별다른 문제가 없어 귀가했고, 귀가 이후 오후 9시30분쯤에도 한번 더 퀴논거리 일대를 살폈다고 밝혔다. 2차례 현장점검을 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CCTV 분석 결과 박 구청장의 해명은 실제 동선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구청장 자택 인근 CCTV 화면에는 박 구청장이 오후 8시20분쯤 귀가한 뒤 밖으로 다시 나오는 장면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구청장 측은 퀴논거리가 아닌 앤틱가구거리 인근에서 내려 귀가했고, 귀가 이후 주민으로부터 사고 발생을 문자로 제보받기 전까지 집에 머물렀다고 말을 바꿨다. 밤 9시30분쯤 다시 퀴논거리에 나왔다는 해명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일 출장에서 돌아와 용산구청이 아닌 자택과 가까운 이태원 엔틱가구 거리에서 내려 곧장 귀가했다”며 “참사 현장 인근인 퀴논길을 둘러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밤 11시 비상대책회의’ 참석도 거짓?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9일 밤 11시2분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한 정황을 볼 수 있는 영상을 JTBC가 10일 공개했다. 용산구청은 같은 시각 박 구청장이 구청 긴급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JTBC 화면 캡처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밤 11시부터 긴급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했다는 용산구청의 보도자료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JTBC는 박 구청장이 그 무렵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있었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검은색 외투를 입은 박 구청장은 현장 소방대원에게 “저 구청장이에요.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질문했다. ‘여기 계시면 안 된다. 지금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통제하는 소방대원에게 “몇 분이에요? 모두 몇 분이에요?”라고 묻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영상은 지난달 29일 밤 11시2분에 저장됐다. 같은 시각 박 구청장이 비상대책회의를 했다는 용산구청 보도자료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용산구청이 참사 다음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박 구청장이 밤 10시50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11시부터 용산구청 긴급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고 적혔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또 다른 영상에서 밤 11시26분에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영상에는 박 구청장이 통행로 바깥에서 구조 작업을 촬영하는 기자들을 향해 “이런 거 찍지 마세요. 그만하시라고”라며 제지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은 박 구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당일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용산구는 “구청장 동선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