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압승을 막고 선방한 것과 관련해 국내 외교가에선 “‘트럼피즘’이라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화당 후보들 다수가 ‘트럼피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어서 공화당이 압승했다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더 심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선전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면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을 가장 신경 쓰고, 본토 방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남한 공격용인 전술핵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미국 본토 방어에 주력하는 공화당보다는 동맹의 안보도 중시하는 민주당의 기조가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선거 참패로 벼랑에 몰리지 않은 것도 다행스런 대목이다.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를 장악했을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모두 신경 써야 해 전력이 분산되고, 부담이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레임덕으로 들어가진 않게 돼 향후 미국 정부와 협상 등을 진행하는 데 있어 안정성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들의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여길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IRA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고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바이든 행정부가 IRA 같은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훨씬 더 활발히 펼칠 수 있어 경제안보 측면에서 ‘워싱턴발 시련’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도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대화와 외교에는 열려있다’는 기본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것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화되는 미·중 갈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 대신 대만 지원을 늘릴 것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더라도 2년 뒤 대선을 앞둔 만큼 미국 내부가 정치적 혼란기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하원이 공화당 다수로 재편되고 대선도 있어 미국의 국내정치가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고 이로 인해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외정책보다 국내 정치에 더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선거로 인한 변화에 적응·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