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수술 회복 중인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대표팀 최종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불과 10일 앞둔 상황에서 ‘손흥민이 없는 플랜B’는 없다거나,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해 “대표팀이 한국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작심 발언도 했다.
‘벤투호’는 11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운동장에서 아이슬란드와 월드컵 이전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 감독은 전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에 가기 전 마지막 경기인 만큼 중요한 경기”라며 “좋은 경기를 하고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손흥민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최종명단에 선발될 것”이라며 “선수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기다리며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달 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 도중 안와골절을 당하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손흥민은 보호구 착용을 언급하며 월드컵 출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회복 상황에 따라 경기 출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플랜B에 대해선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그럴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1 전북 현대 등을 향한 날 선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김진수의 몸 상태가 어떤지’ 질문에 “좋지 않다. 내일 경기도 뛸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대표팀 왼쪽 풀백인 김진수는 전북에서도 핵심 선수로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30일 FA컵 결승 2차전에서는 전반 31분 부상으로 쓰러졌다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 못 나갈 수도 있는 큰 리스크를 안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똑똑한 사람들이 모든 경기를 1차전으로 치르다가 컵대회 결승전만 1·2차전으로 했고 경기 간격도 72시간 이하로 일정을 짰다”며 비꼬며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돈과 스폰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대표팀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FA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와 전북 현대를 겨냥한 비판이다. 그러면서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원하면서도 팀도, 선수도 제대로 된 방식으로 도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대표팀 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개인적으로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이 크기 때문에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쉬는 날조차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월드컵을 향한 갈망을 드러냈다.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을 맞이하는 정우영은 “그때는 감독님이 바뀌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쫓기듯 치렀다면 이번에는 4년간 준비해서 팀으로서 잘 이겨낸 과정들을 함께 했기 때문에 조금 기대가 된다”며 “지난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우려보단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상대 팀 미드필더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11명이 체력적·조직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면 어떤 상대와 붙어도 부족하지 않게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호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 후 출정식을 열어 홈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오는 12일 최종 명단 26인을 발표하고, 14일 오전 0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 카타르로 떠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