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착륙 조짐에 ‘규제 풀기’로 시장 원상복귀 겨냥

입력 2022-11-10 17:02 수정 2022-11-10 18:43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10일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1·10 부동산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꽉 막힌 흐름을 당장 뚫어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곳곳에서 들리는 ‘경착륙 신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가파른 하락 속도를 다소 늦출 것으로 진단한다. 집값 하강기에 맞춰 시장을 정상화하기 시작한 데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은 이번 대책이 시장을 당장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규제 완화 조치가 일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거래 문턱’을 낮출 것으로 본다. 다만, 고금리 부담은 여전히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10일 “거래가격을 크게 낮춘 ‘급급매물’에 대한 관심이 잇따를 수 있어서 거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매수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규제해제 지역인 수도권의 하락세 둔화는 가능하지만 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장에서 보여줄 효과가 제한적인 데도 정부가 규제 완화를 서두른 건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1주차(7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0.47%로 전주(-0.40%)보다 확대됐다. 서울도 -0.36%로 전주(-0.34%) 대비 낙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실수요자의 거래 문턱을 낮게 만들어 하락세를 다소 늦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시장 정상화의 첫발을 떼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꽉 막힌 시장을 개선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시장은 거래가 막혀서 새집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할 정도로 거래절벽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젊은 무주택자들에게 청약과 대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겠다”고 했다.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과열기에 설계한 규제들을 차츰 되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 원장은 “시장에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보지만, 그 와중에 거래가 너무 막히지 않도록 추가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나 거시적인 하향 조정의 흐름 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완화를 앞당길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동안 규제지역을 해제해야 시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공급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압박이 더는 필요 없고 부동산 경기 급랭이 전체 경기 흐름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세종=권민지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