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피싱·통장협박’ 29억원 가로챈 일당 검거

입력 2022-11-10 12:38 수정 2022-11-10 12:43
메신저 피싱 조직이 자녀를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인천경찰청 제공

자녀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메신저 피싱)로 21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신종 사기 수법인 이른바 통장협박을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8억원도 가로챘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총책 A씨(53) 등 25명을 구속하고 대포통장 모집책 B군(19)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자녀를 사칭한 메신저 피싱으로 320명에게 약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아빠(엄마), 내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아빠 명의로 보험에 가입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로 피해자들을 속여 신분증 사진,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이후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피해자 계좌에 있던 돈을 준비한 대포통장으로 옮겼다.

메신저 피싱 조직의 범죄수법 및 과정. 인천경찰청 제공

이들은 또 미리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원격 제어해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로 10만∼20만원을 이체했고 송금자명에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겼다. 이는 돈이 빠져나간 것을 뒤늦게 파악한 피해자가 은행 또는 경찰에 신고하면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의 거래가 정지되도록 꾸민 것이다. 이들은 송금자명에 적힌 텔레그램 아이디를 통해 거래 정지된 계좌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합의를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 같은 통장협박 수법으로 이들은 불법 도박사이트 350여곳으로부터 합의금 8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가로챈 범죄수익금 대부분을 유흥, 인터넷 도박, 고급 외제차 8대 리스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검거하지 못한 공범 1명을 쫓는 한편 유사 사기 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포통장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라면서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온 경우 직접 자녀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해 확인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내주는 URL이나 파일을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며 “계좌번호를 포함한 개인·금융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피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