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귀갓길에 인근 거리를 현장점검했다고 밝혔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CCTV 화면상으로 실제 동선이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명을 번복했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박 구청장 측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의령군을 방문했다 오후 8시20분쯤 관내로 복귀해 이태원 ‘외빈 차고’ 일대에서 차에서 내린 뒤 ‘앤틱가구거리’를 따라 걸어서 귀가했다고 밝혔다.
앞선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당초 박 구청장 측은 의령군에서 복귀한 뒤 이태원 메인 거리 인근인 퀴논길에서 현장을 둘러본 뒤 별다른 문제가 없어 귀가했고, 귀가 이후 오후 9시30분쯤에도 한번 더 퀴논거리 일대를 살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번복은 CCTV 분석 결과 박 구청장의 해명이 실제 동선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 자택 인근 CCTV 화면에는 박 구청장이 오후 8시20분쯤 귀가한 뒤 밖으로 다시 나오는 장면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구장 측은 퀴논거리가 아닌 앤틱가구거리 인근에서 내려 귀가했으며, 귀가 이후 주민으로부터 사고 발생을 문자로 제보받기 전까지 집에 머물렀다고 말을 바꿨다. 바뀐 해명에 의하면 박 구청장의 귀가 동선에는 퀴논거리가 포함되지 않는다.
해명 번복 이유에 대해 박 구청장 측은 “구청장께서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날 차에서 내린 지점을 잘못 기억했다”라고 매체에 말했다. 또 오후 9시30분쯤 집을 나와 인근을 점검했다는 최초 설명에 대해서도 “기억에 혼선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의 초청으로 지역 행사에 다녀왔다’고 밝혔던 데 대해서도 거짓말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8일 공개한 의령군 행사초청 공문을 보면 이는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 공문이었다. 박 구청장은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축사영상을 보냈다. 29일에는 의령군수와 면담만 했을 뿐이다. 용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박 구청장이 집안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인 의령에 갔다가 군수를 잠깐 만났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에 박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구체적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박 구청장이 참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 의원은 “불성실한 직무수행과 무능으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참사 이후에는 거짓 해명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박 구청장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돼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또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박 구청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