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서울 용산소방서 최성범 서장에 이어 팀장급 관계자도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용산소방서 소속 지휘팀장 A씨를 최 서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소방서 측이 대응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리는 데 30분이 걸린 게 부실 대응이라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소방당국이 발령하는 대응 단계는 3가지다. 참사 당일 소방당국은 밤 10시43분 대응 1단계, 11시13분 2단계, 11시48분 3단계를 발령했다. 1단계 발령은 용산소방서 간부가, 2단계는 용산소방서장이, 3단계는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내렸다.
경찰은 각 단계를 제때 발령했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2단계 발령 권한이 있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우선 입건했다. 30분 가까이 비상발령을 하지 않은 건 부실 대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로 입건된 지휘팀장은 최 서장의 지시로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인물이다.
특수본은 이날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대물 압수수색을 신청하기 위해 관계자 일부를 입건했다”면서 “실질적 혐의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입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워 형식상 입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물론 대다수 일반 시민들도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해 구조에 애를 쓴 소방 관계자들을 경찰이 입건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작 책임 있는 자들은 자리를 보전하고 현장 대응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최 서장은 현장에서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도 전날 논평을 내고 “최 서장은 사고 접수 후 가장 먼저 현장에서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반발했다.
일선 소방관들은 수사 상황에 대해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김진철 행정팀장은 이날 용산소방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희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특히 서장님과 지취팀장님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갔고 제일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며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