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겐 잘못이 없다” 애도 이어가는 ‘○○ 엄마들’

입력 2022-11-10 00:05 수정 2022-11-10 00:05
서울 송파 롯데월드몰 앞 거리에 "청춘에게는 잘못이 없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5일로 끝난 가운데 전국 곳곳에 애도의 마음을 담은 현수막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명을 딴 ‘○○엄마들’ 이름으로 내걸린 이들 현수막에는 참사로 떠나보낸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애도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들이 담겼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이태원 참사 애도 현수막이 50개 걸렸다. 위 사진은 '10.29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는 '156송이 꽃이 진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독자 제공

9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송파구 일대 곳곳에 걸린 현수막 사진들이 공유됐다.

공개된 사진 속 현수막에는 ‘우리의 애도는 끝나지 않았다’ ‘10·29 참사 청춘에게는 잘못이 없다’ ‘156송이 꽃이 진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현수막 아래에는 ‘함께하는 송파엄마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함께하는 송파엄마들’ 이름으로 내걸린 현수막은 모두 50개로 지난 8일 새벽에 송파구 내 여러 지역에 걸렸다. 일부 현수막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이태원 참사 애도 현수막이 50개 걸렸다. 50개의 현수막을 모은 사진. 독자 제공

자녀가 있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수막을 보고 “울컥했다” “이런 마음이 유족들에게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등 공감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송파구 현수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변모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버스 타고 가다가 현수막을 발견하고 울컥했다”며 “아이 키우는 엄마들 마음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족들에게도 위로가 전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엄마들’ 이름으로 현수막이 내걸린 건 송파구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일대에서도 ‘판교엄마들’이라고 적힌 현수막 여러 개가 포착됐다.

현수막에는 ‘이 눈부신 가을을 함께하지 못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참사는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 ‘헌법 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경기 성남시 한 거리에 걸린 애도 현수막. 네이버 판교 지역 카페 캡쳐

세종 지역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시기에 ‘세종시민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애도 현수막을 봤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포항시에서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었던 현수막이 무단 철거돼 논란이 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포항시에서 모두 12개의 현수막이 강제로 철거됐는데, 포항 남구청에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재물손괴죄로 고발되면서 하루 만에 다시 설치됐다.

애도 현수막이 다시 걸릴 수 있었던 것은 옥외광고물관리법 8조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법 8조에 따르면 설치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 가운데 관혼상제 등을 위해 표시·설치하는 경우 금지·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관혼상제’ 가운데 ‘상(喪)’에 해당해 신고나 허가 없이 현수막을 걸었더라도 강제 철거 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됐다.

송파구 현수막 가운데 일부가 강제 철거된 것을 놓고도 송파구청에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청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현수막 다시 달아주세요” “현수막 함부로 떼지 마세요” 등의 제안이 여러 건 게시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관련 게시글에 대해 송파구청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